벤처 사건 마다 조폭 ‘공동주연’

벤처 사건 마다 조폭 ‘공동주연’

박홍환 기자 기자
입력 2001-10-19 00:00
수정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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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붐이 일면서 나돌기 시작한 폭력 조직과 벤처 기업의 연계설(說)이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에 이어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한 ‘벤처기업 주식 분쟁과 관련한 검찰 간부와 진정인의 유착’ 의혹 사건에서도 유명한 ‘주먹’이 벤처기업의 뒤를 봐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진정인 박모씨가 지난 3월30일 김진태(金鎭泰) 당시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4부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과거 모 단체의 보스였던 L씨가 박씨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박씨는 김 부장검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검찰이 L씨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제외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표시했다.

박씨는 99년 6월 C사 대표 S씨와 45억원 상당의 자신의 빌딩을 C사 주식 50만주와 교환하기로 계약한 뒤,지난해 4월주식을 찾으러 갔다가 S씨가 사주한 폭력배들에게 폭행을당하고 2만주를 빼앗겼다고 주장해왔다.자신이 폭행당하던순간 L씨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김 부장에게 “L씨,김모씨,박모씨 등의 계좌를 뒤지면다 드러나게 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박씨는 후배인 A씨와 지난 4일 이번 사건에 대해 나눈 대화에서도 “깡패만 L과 여운환이 차이가 날뿐 ‘이용호 게이트’ 복사판”이라고 주장했다.폭력 조직이 벤처기업을 무대로 활동한다는 얘기는 벤처붐이 시작된 99년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일부 폭력조직은 ‘큰 손’으로 위장해 벤처기업에 투자,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현준 게이트’ 당시 동방금고 부회장인 이경자(李京子·수감중)씨의 측근으로 ‘펀드 모집책’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채업자 오모씨(해외도피)는 70년대 중반 광주 지역을 주름잡던 주먹 출신이다.

광주 국제PJ파 보스로 알려진 여운환(呂運桓·구속)씨도이용호씨와 사업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씨에 대한구명 로비를 한것으로 알려졌다.여씨는 국정감사에서 “이씨와는 몇십,몇백억원씩 서로 융통해주는 사이”라고 증언,자금동원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씨에게 사업자금을 대줘 이용호 게이트의 또다른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사채업자 김모씨도 부산 지역의 조폭 출신으로 부도난 K사 주가조작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최근 모 폭력조직이 코스닥 등록기업인 I사 주가조작을 통해 수백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첩보를 입수,추적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변호사와 전문 경영인까지 앞세워 기업을 인수하고 벤처기업에까지 투자하고 있다”면서“외관상 합법적인 사업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범죄 행각을 적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2001-10-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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