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상식 벗어난 북한 상대하기

[대한포럼] 상식 벗어난 북한 상대하기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1-10-17 00:00
수정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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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는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요,둘째는 강하게 대하는 것이요,셋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대하는 것이다.누군가 물었다.그 세가지 방법으로도 다룰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죽여 버린다.살생은 나쁜 것이지만 이 세가지 방법으로도 다스려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다시는 그와 함께 말하지 않고 가르치거나 훈계하지도 않는다.그렇게 된다면 어찌 죽이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로 국내가 어수선하다. 지금쯤이산가족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려야 할 텐데 준비된 눈물마저 거부당하고 있다.이산가족들의 아픔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정부는 정부대로,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북한의 어이없는 결정의 속내를 짚어보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정부는북한에 최선을 다해 한다고 하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오니기가 막힐 것이다.그러잖아도 국내의 비판세력들이 틈만 있으면 공격해대는 와중에 북한마저 이렇게 나오니 ‘안팎 곱사등이’ 형국이다.모처럼 야당의 협조로 순조롭게 추진되던 대북 쌀지원 문제도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은 이산가족 상봉 연기와 쌀지원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시기가 늦춰지면 늦춰졌지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또 일부 정치권과 국민여론이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북한은 왜 이리도 우리를 속상하게 하는가.또 어렵게 쌓아온신뢰를 쉽게 무너뜨리려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옳다.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다.부족하지만 그동안쌓아온 ‘신뢰’와 ‘평화’는 돈으로 계량할 수 없는 한반도의 자산이다.햇볕정책의 효과는 국민들이 전쟁보다는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할 수 있게 했고,북한이 두렵거나 기피할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했으며, 외국인들이 한반도가전쟁위험지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하지만 북한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포용정책은 우리의 처지에서 포용정책이지 북한의 처지에서는그 의미가 다를 것이다.이산가족이나 식량지원 문제는 남쪽에서 볼 때 인도적인 사안이지만 북쪽에서 볼 때는 정치적인 사안이다.문제는 정부당국이나 국민들이 북한을 잘 모르거나 북한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했다고 해서 쌀지원 문제를 협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정부당국은 부드럽게 대하고 나눠주면 북한이 고마워서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 올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북한의 상식과 우리의 상식이 다른 데도 우리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았는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상선의 영해침범이니 이산상봉 연기니 하는 행동을 남쪽에서는 ‘돌출행동’이라고 우왕좌왕하면서 심지어 국론분열까지 감수해야 한다.북한전문가들도 북한의 의도나 속셈이 뭔지를 분석하지만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일 뿐이다.북한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 당국자들이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남한의 고위층이나 정치권에 성과를 보고하고 과시하는 데정책 추진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가.그렇기 때문에 북한 나름의 ‘행동 양식’을 무조건 돌출 행동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뭔가 보여주기’ 위해 남북관계를 서두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북한을 잘 상대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전혀 없을 것 같지는 않다.대북관계를 일일이 사안별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포용정책의 확고한 기조위에서 인내와 실천이라는 장기적전략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인도적인 지원과 교류는 묵묵히실천하고 당국간 대화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되 그 성과에 대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한다.침묵이나 무관심도 최대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2001-10-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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