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기] 배우자 선택 눈높이 낮춰라

[여성일기] 배우자 선택 눈높이 낮춰라

서현주 기자 기자
입력 2001-09-17 00:00
수정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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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 있어 한번은 큰 고비를 겪는다고 한다.

내겐 서른 살 무렵이 그랬다.슬슬 노처녀 소리를 듣기 시작한 때라 결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폐암에 걸려 난 5년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서른 셋.아기자기한 가정을 꾸리지도,번듯한 직업을 가지지도 못한 상태였다.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정신적 고립감을 느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오빠가 한 결혼정보회사의 안내책자를 가져왔고 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 곳을 찾았다.

‘학벌은 명문대졸 이상,키는 180cm 이상,단순사무직은 싫고 경제력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여야 함’ 이것이 내가 내세운 남편감의 조건이었다.커플매니저는 조용히 다 듣고 나더니 한마디로 내 기를 꺾었다.

“현주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자 나이 서른 셋에 그런것들을 모두 갖춘 남자 만나기 쉽지 않아요.가입하기 전에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난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날 홀대하나 싶어 대뜸 일자리없냐고 물었다.지금 근무하고있는 결혼정보회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던 터라 커플매니저라는직업이 적성에 맞았다.1995년 취업 당시 단 7명이었던 직원이 170명으로 늘고 성혼 커플수도 수천명으로 늘면서 일에대한 보람은 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노처녀면서 일년 내내 남들의 짝을 맺어줘야 하는 슬픈 딜레마에 빠졌고 급기야 퇴사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늦었지만 나에게도 사랑의 전령이 왔다.서른 일곱살이 되던 해 봄에 친언니의 소개로 1년 연하인 공무원과맞선을 보게 됐다.

어색한 첫 만남 후 뜻밖에 애프터 신청을 받았고 마음이따뜻한 그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우린 만난 지 몇 달 만에초 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렸고 작년엔 내 보물 1호인 딸까지낳았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나는 개인적 경험과 직업적 노하우를 토대로 두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배우자감으로 나는 어떠한가’,‘배우자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우선시하는가’.

참된 결혼은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누구나 욕심이 있어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상대를 찾기 마련인데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결혼은정말 힘들다.

10가지 조건 중에 5∼6가지만 맞으면 화창한 가을을 맞아우선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현주/ 결혼정보회사 듀오 종로지사장
2001-09-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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