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일대 르포/ 폐교,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전남 나주일대 르포/ 폐교,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남기창 기자 기자
입력 2001-09-03 00:00
수정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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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폐교 6년째인 전남 나주시 문평면 문평초등 국동분교.2,000여평 운동장과 건물 사이,학습장 등에는 무릎까지올라오는 억새풀이 가득하다.마을 주민들이 운동장 가장자리에 버린 나무조각과 건축 폐자재가 황량함을 더한다.본관·관사·부속건물 등 6동은 합판이나 자물통으로 잠겨 있다.그러나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져 깨버린 유리창이 흉물스럽다.문평초등학교 관계자가 가끔씩 ‘사고가 없나’하고 둘러보는 게 고작이다.건물 감정가와 공시지가를 합쳐 1억9,000만원이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내에서 30분 거리인 동강면 남초등학교.지난해 문을닫은 탓인지 교실마다 아이들 훈기가 배어 있는 듯했다. 본관과 부속건물을 잇는 통로,수돗가,이순신 장군 동상,말끔하게 치워진 복도에서 금방이라도 재잘거리며 꼬마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다.

교사가 쓰던 관사는 정갈해 사람이 잠시 자리를 뜬 듯하다.방충망도 흠집 하나 없는 새 것이다.다만 안방에는 곰팡이핀 안주에 담배꽁초, 맥주병이 수북이 나 뒹굴고 있다.매각예정가는 4억6,000만원이다.

학교 앞에 살아 무보수 관리자가 된 이유형(李有炯·52)씨는 “여름방학 때면 학교안에서 남녀 중·고생들이 술 먹고싸우는 등 난장판이 되기 일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주민들은 “참다 못해 파출소에 신고도 해봤지만 꾸역꾸역 모여드는 불량 학생들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씨는 “인근 지역은 물론 멀리서도 원정을 오는 학생들때문에 폐교 관리가 골칫거리”라며 “언제 불상사가 일어날지 몰라 애만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에는 교실과 관사·화장실 등 건물이 12동이나 돼 탈선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변할 수 있는 환경이다.

폐교 매각 담당자인 나주시교육청 최영봉씨(32)는 “폐교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데 걸림돌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매각대금 가운데 건물값이 65% 이상인데다 사전에 제출해야 하는 사업목적도 교육이나 문화목적에 적합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대개가 졸업생들인 인근 마을주민들이 학교 매각을 반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게다가 임대를 하려 해도 주민들이 사업내용에동의해야하고 교실 등 건물구조 변경은 안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폐교의 경우 갈수록 매각이 힘들어지고 있다.

나주 남기창기자 kcnam@
2001-09-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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