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가을 맞는 마음

[굄돌] 가을 맞는 마음

오명희 기자 기자
입력 2001-08-16 00:00
수정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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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 밖에는 비가 온다.나는 차 안에서 시험 치르고 있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입추가 지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가을 체취가 느껴진다.오늘 이 비가 지나고 나면 한 걸음 더 앞으로 가을이 다가오겠지.비는 계속 차창 위로 떨어지고 미끄러져 내린다.참으로 오랜만에,혼자 차 안에서 몇시간이고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저런 상념들이 가슴에 일렁인다.가을 때문일까 비 때문일까.

“가을에도 눈물 나고/봄에도 눈물 나지만 다르다/가을 눈물은 안으로 흘러내리고/봄 눈물은 밖으로 흘러내린다/가을 눈물은 내성의 깊은 골을/따라 내려가 우리를/존재의 골방에 가두고/봄 눈물은 우리를/바깥으로 끌고 나가/존재의 광장에 세운다 사랑스러운 생의 자질들/가을엔 산을 부르고/봄에는 엄마를 부른다(…)” (‘거품 아래로 깊이’ 김정란)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인간의 삶이란 흔적 위에 흔적이 쌓이는게 아닐까.때로는 상처가 되고 때로는 추억이 되면서저마다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그 무늬 역시 그 누구도 영원히 만들지는 못한다.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생을 살고 싶다.좀 더 많이 느끼고 좀 더 사랑하면서,더욱 더 밝게 보면서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무늬를 수놓고 싶다.

아이 시험이 끝나면 혼자 산으로 가야겠다.구름,안개,새·풀벌레 소리,숲에서 이는 바람,싱그러운 숲 내음...산은 사계절 모두 변화무쌍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특히 가을산을 좋아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가을 숲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가슴 설렌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가을을 맞는 마음이 사뭇 다르다.

새삼스럽게 감격스럽고 그 아름다운 시절에 눈물겹도록 감사하는 마음마저 든다.나이를 먹는다는게 이런 것일까.

나는 가을 숲으로 가야겠다.그리고 이는 바람결에 스카프를 날려 보내야겠다.

오 명 희 수원대교수
2001-08-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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