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부 재벌정책 묘한 ‘공동보조’

정치권·정부 재벌정책 묘한 ‘공동보조’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8-16 00:00
수정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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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재벌) 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간에 묘한 ‘정책조합(組合)’이 이뤄지고 있다.공교롭게도 한나라당과 재정경제부가 공동보조를 맞추고,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경부는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려면 결국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아주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이를 위해 과감한 대기업 규제완화를 추진중이다.민주당에 비해 ‘재벌정당’의성격이 강한 한나라당도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강도높은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반면에 서민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은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규제완화에 부정적이다.재벌의 행태가 바뀐 게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공정위쪽 시각과 흡사하다.

대기업 정책노선을 둘러싼 이같은 미묘한 기류를 ‘DJ노믹스(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의 ‘신자유주의’와,과거 정부에서 경제정책의 주류를 형성해온 ‘서강학파 보수주의’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공정위쪽에 가세=지난 주말의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를 앞두고 열린 당정협의 자리.김진표(金振杓)재경부차관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려면 대규모 기업집단지정 제도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있다”는 의견을 냈다.이에 김병일(金炳日)공정위 부위원장은 재벌의 행태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규제완화는 어렵다며 재경부와 상반된 의견을 냈다.특히 내년에 시행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시행해보기도 전에 보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양쪽의 입장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재벌정책은 당의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며,현재의 재벌개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공정위는 이 자리에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규모로 바꾸는 대안을 제시했으며,이는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재경부와 한나라당의 입장=대규모 기업집단수 대폭 축소,총액출자제한 제도 완화,공정거래법상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원용하고 있는 20여개 여타 법률의 대기업 규제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방향은공동보조를 취하고있다.한나라당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40조원 이상으로 해 3∼4개 그룹만 대상으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또 총수체제가 아닌 포항제철과 하나로통신을 재벌로 봐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재경부는 이에 대체로 동조한다.

한나라당과 재경부가 대기업 정책 방향에 대해 유사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출발점은 판이하다는 주장도 있다.재경부는 대기업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기업의 투명성 확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재경부는 이를 위해 미국 등이 실시하고 있는 ‘시장에 의한 기업 감시장치’인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집단소송제를 ‘또 하나의 규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 규제완화가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보인다.재경부와 공정위간의 이견을 해소하고 정치권의 합의를 얻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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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기자 jhpark@
2001-0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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