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법정 역할 위험수위”

“美 국제법정 역할 위험수위”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2001-06-23 00:00
수정 200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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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정이 유엔 전범재판소를 제치고 반인륜적 국제범죄를 단죄하는 ‘국제 법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국이 냉전시대의 ‘국제 경찰’에서 탈냉전시대의 ‘국제 검찰’,나아가 지구촌의 잘잘못을 가리는 국제 사법부역할까지 수행하며 사법권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21일 지적했다.이 신문은 국제법 전문가들을 인용,아직까지는 인권 관련 소송 위주여서 비난이 적지만 미국의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법권 확대가 지속된다면 다른 국가들과의 ‘위험한’ 사법권 확대경쟁을 가져올 수 있다고경고했다.

<국제법정 된 미 법정> 현재 미국 연방법원들에 계류중인국제적 사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한국·중국·타이완·필리핀 종군위안부 11명은 지난해 9월 일본을 상대로 미 워싱턴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지난해 8월 중국 톈안먼(天安門)사태와 관련해 중국인 피해자 5명은 맨해튼 연방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같은 해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대통령에게는 살인과 고문,테러 명령 혐의로 4억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이 배달됐다.이밖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과 찰스 영국 왕세자,마거릿 대처 전총리,이란 등이 미 법정에 제소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은 보스니아 전범 라도반 카라지치에게 내전 당시 인종청소·강간·고문 희생자들에게 피해배상금으로 45억달러(약 50조원)를 지급하라고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이들 소송들은 대부분 상징적 의미가 크다.하지만 종종 형사 기소는 물론 나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결정처럼 거액의 민사상 합의 및 보상등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적 근거> 1789년 제정된 ‘외국인 불법행위청구법’은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외국인이 다른 외국인을상대로 미 법정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미국항소법원은 1980년 파라과이의 한 의사가 아들을 고문살해한 파라과이 전직 경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 법을 근거로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유사 소송에 대해 문호를 열어놓았다.

80년대 이후 미국의 사법권 해석 확대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미 의회는 지난 96년 리비아 쿠바 이란 등 테러국명단에 오른 국가들을 상대로 미 국내에서 소송을 낼 수있는 법을 제정했다.또 국제조약을 내세워 외국에서 발생한 미국 대상 테러 주동자를 미 국내법에 따라 재판할 수있도록 사법권을 확대해석했다.최근에는 독점,가격담합 등자국의 이익 보호를 겨냥한 경제 문제로까지 확대돼 유럽국가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미국이 정치적 편의에 따라인권 문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고유엔 인권위에서 이사국 자격을 박탈당한 현상황에서 미국법정의 국제 법정화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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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기자 kmkim@
2001-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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