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출신=국장’ 옛말 됐다

‘행시출신=국장’ 옛말 됐다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2001-05-30 00:00
수정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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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행정고시에 붙어도 국장을 하는 게 쉽지 않은세상이 됐다.행시 출신의 비중이 높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소위 ‘엘리트 부처’일수록 그렇다.

행시 10회 출신까지는 공직에 계속 남는다면 대체로 1급은 할 수 있었다.못되어도 국장은 ‘보장’됐다.행시 10회의 합격자수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188명이다.이중 전·현직 장·차관급만 40명 안팎이다.

10회 이전의 행시 합격자수는 24∼60명 정도여서 승진할기회는 더 많았다.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조직확대가 이뤄졌던 시기다.행시 10회 이전의 합격자들은 임용 20년 만에1급이 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행시 출신으로 공무원 생활을 20년 해야과장급이다.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많은 옛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출신들이 과장급 이상에 주로 포진한 재경부·예산처·공정거래위·금융감독위의 경우 승진은 다른부처보다 더 늦다.

특히 행시 22∼24회 출신들의 승진벽은 더 두껍다.합격자수가 횟수별로 187∼250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선배들의 승진도 막혀 있어 연쇄 영향을 받고 있다.최근 공정위의 일부 과장들이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지만 간부들의용퇴를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사문제 때문이다.‘잘나가는’ 김석동(金錫東) 금융감독위 감독정책1국장은 최근 MOF출신 행시 23회 중에는 처음으로 국장이 됐지만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데 14년이 걸렸다.자식들로부터 “아빠 직업은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듣곤 했다.

최근 재경부에서 대대적 승진과 전보인사를 하기전 행시22∼24회 출신 10여명은 보직도 없어 사무실에서 대기하는신세였다.이번 대폭 인사로 해소되긴 했지만 외부기관에파견 나간 행시 출신도 적지않다.

재경부의 A과장은 29일 “정부조직이 축소되고 있어 행시22∼24회 출신들이 국장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예상했다.예산처의 B과장은 “승진도 늦는데다 산하기관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정년(61세)까지 근무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곽태헌기자 tiger@
2001-05-3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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