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역사박물관 만들자

[대한광장] 역사박물관 만들자

이성무 기자 기자
입력 2001-05-24 00:00
수정 200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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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건 국가이건 민족이건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게 마련이다.이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고리는역사이다.별안간 돌출하는 현재나 미래는 없다.과거에 뿌리를 두고 현재를 살며,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발전시키고 미래의 번영을 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연계가 중요하다.그러기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지 않는가.과거는 우리의 마음의 고향이요경험이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는 현재의 모체요 자양분이다.과거 없는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다.따라서 현재의 우리의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의 번영을 약속받기 위해서는 역사를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그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중앙뿐 아니라 지방에도 그 나름대로의 역사박물관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린 어떤가.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이있기는 하다.그러나 이들 박물관은 고고·미술 유물 전시에 치우쳐 있다.설립 초기부터고고·미술 전공자들이 박물관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따라서 한국에는 역사박물관은 없는 셈이다.5,000년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용산가족공원 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새로 짓고 있다.역사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성화같이 일어나자이 박물관에 역사실을 신설하기로 한 모양이다.그런데 역사실·고고학실·미술실을 따로 두다 보니 중복되는 부분이많다.시비가 분분하다.

특히 역사실과 고고실은 더욱 고대 부분의 중첩이 심해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점이 많다.고고 유물을 역사실의 앞부분에 붙이기도 그렇고,섞어서 하자니 중첩이 심해진다.아예 고고·역사·미술을 합쳐 시대별로 전시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어려운 점이 있을 바에야 지금의 박물관은 그대로두고 역사박물관을 신설하는 것이 현명하다.언제고 역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할 바에야 지금 아예 독립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중도에 역사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유물을 빼내는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요즈음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있다.우리의 역사관이 오죽 시원치 않았으면 일본이 이처럼 깔볼 수 있을까.진작부터 역사박물관을 두어 우리의 역사관을 분명히 정리해 두었더라면 국민의 역사의식도 분명해지고 우리의 정체성도 확립되어 있을 것이다.일본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해서 우왕좌왕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을 학술적으로 대처하기도 해야겠지만 역사박물관을 통해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박물관에는 많은 일본학생들이 찾아와 관람한다.책으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니 차제에 국립박물관과 별도로 역사박물관을 새로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도 고취하고대외적으로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이다.돈이 많이 든다거나 유물 수집의 어려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그러나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돈이 들더라도 힘이 들더라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하기도 했다.그런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각지에 흩어진 문화유적을 보여주기도 해야겠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역사박물관을 보여주는 것이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역사박물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 각종 테마박물관을 만들어 보여주고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이는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하고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도 높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이다.

다시 한번 역사박물관의 신설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 성 무 국사편찬위 위원장
2001-05-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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