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막걸리 축제

[씨줄날줄] 막걸리 축제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05-19 00:00
수정 200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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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지훈(趙芝薰)만큼 두주불사를 뽐내며 풍류를 즐긴 사람도 드물다.그를 두고 시인 정한모(鄭漢模)는 통금(通禁)은 안중에 없고 야밤에 주붕(酒朋)의 집에 쳐들어가 대작하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하는 것이 예사였다고 회고한적이 있다.그는 밤새워 통음을 해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해서 ‘신출귀몰의 주선(酒仙)’이란 별명을얻었다.

조지훈은 이렇게 노래했다.“나는 항상 삼도주(三道酒)를 마신다.삼도주란 이름은 어디에서 왔는가.중니(仲尼·공자)선생이 애써 가꾸신 쌀과 노담옹(老聃翁·노자)이 손수 만드신 누룩과 실달다상인(悉達多上人·석가)이 길어 오신 샘물로 빚은 까닭이다” 그가 일컬은 삼도주란 다름 아닌 막걸리였다.쌀과 누룩,샘물로 빚은 데 착안해 지은 것이라지만 참으로 기발하다.

막걸리란 이름은 곡주가 익어 청주와 술 지게미를 나누기 이전에 막 걸러서 만든 술이라고 해서 붙여졌다.또 탁하다고 해서 탁주,희다고 하여 백주,농사 지을 때 먹는다고해서 농주라고 한다.제주에 유배당한 인목대비 모친이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섬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연유가 되어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란 뜻의 모주(母酒)로도 불린다.

막걸리의 역사는 정확하지 않다.다만 고려 때 배꽃 필 무렵 막걸리용 누룩을 만든다고 하여 당시 탁주를 이화주(梨花酒)로 불렀다고 하니 막걸리가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애환을 함께 한 술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쌀막걸리에는 1.2%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우유의 단백질량이 3%인 점을 감안하면 그 양이 결코 적지 않다.또 8종의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1,B2를 상당량 함유하고 있으며 성인병의 원인 물질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그런데도 맥주와 소주,위스키에밀려 갈수록 푸대접을 받고 있어 여간 안타깝지 않다.

20일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는 우리 막걸리를 알리기 위한 대규모 거리축제가 열린다고 한다.전국의 대표적인 9개탁주업체들이 막걸리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위해 20여종의막걸리를 선보일 계획이라는 소식이다.모처럼 옛 벗들과어울려 일요일 오후 인사동 전통거리에서 기울이는 대포한 잔의맛은 어떠할까.



[박건승 논설위원 ksp@]
2001-05-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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