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종학 작품전…서예 필법 연상

서양화가 이종학 작품전…서예 필법 연상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2001-05-15 00:00
수정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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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종학 화백(76)은 삶의 여백을 중시하듯 그림의여백을 강조하는 작가다.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그것은 자신을 비우고 버릴 줄 아는 달관한 삶의 철학을 지닌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작가는 이렇게 말한다.“나는 여백의 미,직관에 의해 도달하는 정신의 깊이 같은것을 추구합니다.일필주의적(一筆主義的)인 표현의 세계라고 할 수 있지요.” 작가가 1958년 서울 신세계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 때는우리나라에 비정형 추상회화,즉 앵포르멜의 열풍이 불어닥치던 시기였다.당시에 반(反)국전,반(反)아카데미즘적 성향의추상회화를 발표한 작가는 지금도 그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70,80년대에는 비교적 다양한 색상의 추상작업을 보여줬지만 근작으로 올수록 그의 그림은 더욱 단순화한 양태를 띤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고 있는 ‘이종학 작품전’(18일까지)은 미세하게 변주돼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100호 안팎의 작품 30여점이 나와 있다.

흰 바탕의 캔버스에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청색조의 필선들은 얼핏 서예의 필법을 연상케 한다.나아가 낙서화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는 과연 낙서가 갖는 ‘아웃사이더 아트’로서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미술대학(서울대)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그이지만 그의 이력에는 좀 색다른 데가 있다.화가이기 이전에 그는 ‘꽃밭’이란 시집을 낸 시인이다.60년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문교부 미술담당 편수관을지내기도 했다.그렇지만 이종학을 ‘소박(素朴)화가’라고할 수는 없다.‘반국전파’이면서도 어떠한 재야적 집단운동이나 그룹에 동참하지 않고 홀로 일궈온 도저한 추상세계는적극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때묻지 않은 감성의 예술적 반골정신이야말로 이종학 그림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다.(02)730-0030.

김종면기자 jmkim@

2001-05-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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