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과외의 나라

[씨줄날줄] 과외의 나라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1-04-04 00:00
수정 200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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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몇 사람이 시작해 재미를 봤을 것이다.그러다가너도나도 따라 하다보니 이제는 안 시키면 바보가 되는 것이 ‘과외망국론’의 시발이다.해마다 입시철이면 나오는전국 최다득점 주인공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을 곧이듣는 학생은 아무도 없단다.그 과외가 이제는 ‘가정파괴범’으로까지 등장한 것이 ‘과외의 나라’ 대한민국의 실정이다.과외 때문에 탈선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주부가 등장했으니 말이다.서울시 감사실이 지난 3월 실시한과외실태조사에서는 조사대상가구의 59.7%가 과외비 때문에 생활비를 줄였다고 했으니 사교육비가 국민의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은 무려 7조1,276억원을 자녀 과외비로 지출했다.과외를 받은 개인당 평균 133만5,000원,가구당 평균185만원이 된다.그런데 과외를 받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학생은 58.2%로 지난해 62.3%보다 오히려 4.1%가 줄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과외 총가구는 줄었지만 부자 동네의 과외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 교육의 부익부 현상이 더심화됐음을 의미한다.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명문대 합격률이 여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 것도 실은 과외비 지출과 직접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과외비에 제대로 세금을 물린다면 세금이 1조5,534억원더 걷힐 것이란 분석도 있다.어쨌든 우리나라 교육재정의31.4%에 이르고,동북아 최대규모라는 인천국제공항 건설비와 맞먹는 과외비,여기에다 유치원 교육비까지 포함한 사교육비 전체를 합산하면 10조원은 족히 넘을 이 돈을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없을까.

우리나라 교육열은 뿌리가 깊다.정신분석학자 백상창(白尙昌)씨 말마따나 우리 민족의 유난한 ‘큰인물’ 콤플렉스 탓인가.위대한 평교사로 추앙받는 김교신(金敎臣)이 1930년대에 쓴 ‘최대의 우상’이라는 글에 “평소에는 멀쩡하던 인사라 할지라도 교육 때문이라면 만사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비행과 부정을 일삼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라며 개탄한 대목이 있다.

희망은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학부모 64.4%는공교육이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대답했다.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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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4-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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