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대발’ 만드는 죽렴장 조대용씨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대발’ 만드는 죽렴장 조대용씨

이정규 기자 기자
입력 2001-04-02 00:00
수정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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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물려받아 미래로 전수해 주는 전통 공예 장인들이시대의 변화와 세인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대한매일은 변화의 세기인 21세기를 맞아 장인들의 삶과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함께 생각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여름철 대청마루에 걸려 은은한 멋을 풍기던 대발(竹簾).

빛을 가리는 것은 커튼과 다를바 없지만 바람이 통하고 밖을 내다볼 수 있는게 전통 발의 운치다.이제는 선풍기와에어컨에 밀려났지만 발은 말하자면 ‘개방형 냉방기구’인 셈이다. 우리의 멋을 지키고 있는 죽렴장(竹簾匠) 조대용씨(趙大用·51·경남 통영시 광도면 노산리).그는 3평남짓한 공방에서 4대째 가업인 발공예를 이어 오면서 선조들의 멋을 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선조들의 지혜와 풍류를 느낄 수있습니다.실용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전통문화를 잇는다는자부심으로 손발을 놀릴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겁니다” 조씨가 엮는 발의 특징은 정교하고 은은한 미적감각에 있다.가늘게 다듬은 죽사(竹絲)를 채색한 명주실로엮으면서 거북등 모양의 귀갑문(龜甲紋)을 새기는 것이다.

조씨의 작업과정은 거의 손으로 이뤄진다.우선 곧고 마디가 긴 왕대를 11월부터 다음해 1월 사이에 채취,길이별로잘라 12등분한 후 두께 1㎜정도로 내·외피를 제거해 한달간 건조시킨다.이슬을 맞혀가며 햇볕에 말려야 은은한 미색(米色)이 나온다.이를 물에 불려 0.6∼0.8㎜정도의 죽사를 만든다.발 1개를 엮는데 죽사 2,000여개가 들어간다.90년 문화부장관상을 받은 번개문양 발은 하루 10시간정도씩 꼬박 2달이 걸려 짰다.때문에 조씨가 제작한 명품은 4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조씨 집안의 발엮기는 140여년을 이어 온다.1856년 증조부 조낙신(趙樂臣)이 무과에 급제,통제영 아부사정(衙副司正)으로 있으면서 12공방의 하나였던 죽세공방을 드나들며 취미로 발을 엮은 것이 인연.빼어난 솜씨는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였다.이때부터 발엮기는 조부(趙性允)와 부친(趙再圭)을 거쳐 조씨로 이어졌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82년 제7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장려상을 받으면서부터.90년에 문화부장관상을 받았고,95년 제20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쌍희자귀갑문(雙喜字龜甲紋)발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제 조씨는 장인으로서는 최고 영예인 중요무형문화재지정을 앞두고 있다.문화재청은 지난 14일 중요무형문화재 인정을 앞두고 예고공고를 했다.인정된다면 그는 정부가인정하는 최초의 죽렴장이 되는 것이다.조씨는 “수요도적고 생계수단도 되지 못하지만 옛부터 전해져 오는 마름모꼴 문양인 고문(^^紋)을 비롯한 전통 문양을 재현해 나가겠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일본과의 교류 등이 발 공예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통영 이정규기자 jeong@
2001-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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