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여입학제 아직은 일러

[사설] 기여입학제 아직은 일러

입력 2001-03-19 00:00
수정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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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가 기여입학제의 도입을 추진키로 하고,교육부에관련법규의 개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대학이 마련한 안에 따르면 “학교발전에 도움을주거나,기부금 또는 토지·건물을 제공한 자의 자녀에게특례입학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대학측은 “정부의법개정 여부와는 별도로 여론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며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학교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재정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대학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기여입학제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이해가된다. 적지않은 사립대학들이 비슷한 생각일 것으로 본다.

더욱이 이 제도가 1986년 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 의해 사학(私學)발전 방안의 하나로 제기된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무조건 묵살할 일도 아니다.그러나 지금의 여건이나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할 만한 상황이 됐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우리는 아직까지 그럴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우선 교육에서조차 평등접근의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그렇다.연세대측은 “이번 안은 경제력과 대학입학을 맞바꾸는 기부금입학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기여입학제’로 표시한 데서도 그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대상자는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최소한의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으로 한정하겠다고 한다.또 기여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기여자의 자손에게 혜택을 주는 등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러나 입시지옥,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을 대학입시에 바치는 게우리의 현실이다.아무리 정원외 선발이라 하더라도 ‘특전입학’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입시부정이끊이지 않아 “돈만 있으면 대학도 마음대로 들어가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이 제도가 또다른 부정의 온상이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교육 불신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국민들이 대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더라도 시기상조다.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대학을 신분상승의 유력한통로로 여기고 있다.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면 기꺼이희생을 감수하겠다는게 대부분 학부모의 심정이다.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대학재정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일면적인 고찰이다.이른바 일류대는 그럴 것이지만,나머지 대학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할 것이다.공부하는 대학,연구하는 대학의 분위기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때다.

2001-03-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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