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보듬고 생명력은 탐색하고…

영혼은 보듬고 생명력은 탐색하고…

입력 2001-03-05 00:00
수정 200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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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대개 드물게 주어지는 한가로움에서 읽게 되지만 좋은 시는 영혼을 바쁘게 출렁거려 준다.

김수영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받은 장석남은 시집 ‘왼쪽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에서 세계를 현실로드러내거나 세계에 대하여 발언하고자 하지 않는다.시집후기 평문을 쓴 선배시인 최하림은 “다만 추억 속으로 들어가세계를 재생시키고자 하는 무욕한 꿈을 갖고 그 꿈을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특히 일상언어의 리듬감각을 잘 살린 시어에 주목한다.

풀린/봄/물결이여 네 고요 위에/봄비는 내려와/둥글게 둥그렇게/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아 너와 내가 잠들었던/이 한 덩어리 기슭의 바위에도 봄비는 와서/둥글게 둥그렇게/앉음새를 고쳐준다//(‘봄비’) 농민시에서 출발해 최근 생명시 자연시로 발전한 고재종은시집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사학사)에서 농촌 정경을 드러내면서 자연의 생명력을 탐색한다.시인 고은은 “농촌시에서 영영 이탈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승화로서 우주와 삶의 무애를 만나게 해준다”고 평했으며 평론가임규찬은 에로스적 서정에 주목하면서 “무언가로부터 결별했다는단절의 통증 속에서 지난 세월,자신이 놓쳐버렸던 것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갈무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기 막 탐스런 포도송이를/두 손 모아 받쳐드는/저 포도추렴온 연인들의…//그들 이내 포도알 하나씩 입에 따 넣고/아흐흐 아흐흐,퍼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단내와/젖지 않고는못 배기는 가슴들/(‘새말 언덕에 원두막 한 채를 치다’부분)김재영기자

2001-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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