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자기반성 없는 정통부 업무보고

[오늘의 눈] 자기반성 없는 정통부 업무보고

박대출 기자 기자
입력 2001-02-20 00:00
수정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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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들은 표정이 꽤 밝았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상당한격려를 받았다. 김 대통령은 ‘지식정보강국을 위한 선도부처’임을 다섯차례나 언급했다고 김인식(金仁植) 공보관은전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정통부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정통부가 주창한 대로 ‘e-코리아’를건설하려면 당연한 지적이다.그렇지만 좀 더 깊은 해석이 필요하다.

업무보고 내용은 그럴듯하다.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마인드’를 의심케 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있다.먼저 정통부는‘3대 통신사업자로 통·폐합’을 화두(話頭)로 던졌다.이날정보통신업계는 저마다 정통부의 의중을 읽느라 초비상이 걸렸다.

안병엽(安炳燁) 장관도 이 대목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전했다.그런데 정통부에 ‘준비된 청사진’이 없다.담당부서 관계자들에게 기본방향,추진원칙 등을 물어보면 꿀먹은 벙어리다.고위 관계자들은 “앞으로 연구할 것”이라고만 얘기한다.태풍급 사안인데도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식이다.정통부는 초고속 인터넷업체를 통·폐합 대상으로 꼽았다.

기자가 난립 중인 7개 업체의 서열을 물어봤다.관계자들은정보화기획실에서 초고속정보망과로,부가통신과로 돌아가며알아보느라 부산을 떨었다.수술해야 할 환자를 돌팔이 의사에게 맡긴 것처럼 불안하다.

또 있다.업무보고 내용에는 책임회피성,기만성 문구들이 눈에 띈다.안 장관은 “IMT-2000(차세대이동통신) 동기식 사업자를 당초 계획대로 3월에 반드시 선정하겠다”고 그동안 수없이 밝혀왔다.그러더니 ‘반드시 선정’이 이번에 ‘최대한노력 경주’로 바뀌었다. 둘째 이날도 ‘당초 계획대로’라고 보고했지만 실은 ‘두차례 수정한 대로’가 맞다.

안 장관은 한국통신 민영화도 ‘차질없이’ 마무리짓겠다고보고했다. 그러나 ‘두차례 차질을 빚었지만’이 맞는 말이다.지난해 일정을 수정한 데 이어 최근 정부지분 매각도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려는 게 아니다.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상을 호도할 수도 있는 표현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격려에 고무될 때가 아니다. 정통부에는 현실직시와 자기 반성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그래야만 IMT-2000의정책혼선도 풀고,e-코리아도 건설할 수 있다.

박대출 디지털팀 차장 dcpark@
2001-02-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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