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이슈] 대선문건

[네티즌 이슈] 대선문건

김현성 기자 기자
입력 2000-12-22 00:00
수정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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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치를 믿는다.

‘여권 핵심부의 비리 관련 자료 축적,DJ정권하에서 피해입은 불만세력의 조직적·전략적 활용방안,적대적 집필진 비리 등 문제점 자료축적’얼마 전 발견된 한나라당 기획위원회가 작성한‘향후 주요 업무 추진 계획-10대 핵심 과제 중심’, 이른바‘이회창 대권문건’에등장하는 말들이다.이 문건은 겉으론 꿈과 희망,국리민복을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이 속으로는 과거의 공작적이고 네거티브적인 정치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회창 총재는 문건 폭로 후‘유감’을 밝히며 즉시 그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은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왜냐 하면 이 문건은‘별첨’이라고 표기돼 있고,너무나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이다.즉 본 보고서는 따로 있고,이 문건은 그와 함께 제출된 별첨 자료임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문건은 야당 총재 부인의 행보부터 인터넷 활용방안까지를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담아 누가 보더라도 공들인 것임을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문건에담긴 가치관 문제라고본다.정치인들이 정보화시대니,디지털시대 도래니를 역설하면서도 자신은 해묵은 공작 차원의 문서 쪼가리나 만든다는 점도 한심하다.

국민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낀다.그동안 여야 정당이 국민의 이름으로 행한 모든 일들,검찰에 대한 탄핵소추를 비롯해 법정기일을 넘긴 국가예산안 심의 등이 마치 정치 공작과 같은 대선 전략의 밀고당기는 과정 속에 숨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35일 동안 대선투쟁을 마친 고어는“우리는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양보하고자 한다.우리는 당보다 국가를 앞세워야 한다”고하며 연방대법원 결정을 받아들였다.

여야가 정쟁이 아닌 화합의 정치를,개인과 당이 아닌 국가와 국민이중심인 정치를 펼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오늘 이 시점에서 정치인을 향한 국민의 마지막기대이자 정치개혁의 본령에 속하는 소망이다.정치인들은 많은 소시민들이 오늘도 정치에 속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치를 믿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현성 프리챌커뮤니티 컨설턴트 hope2030@diamond.co.kr.

**언론 자체에 문제 있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정부의‘언론문건’을 폭로한적이 있다.최근엔 야당의‘언론문건’이 폭로됐다.한나라당은‘공식문건’이 아니라 개인의‘아이디어’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이번 문건은‘언론사 논설집필진 성향파악 및 관리방안’‘적대적 집필진 비리 등 문제점 자료 축적 및 활용방안’‘우호 언론그룹 조직화 방안’등 체계적인 내용을 적시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이번 사건에 대해 각 언론이 취한 태도는‘해괴’하다.지난번한나라당 정 의원의‘사실과 다른 폭로’에 대한‘호들갑’과는 다르게 사설 한 번 정도로 끝낸 것이다.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권언유착이다. 이 문건은 기성 정치권력의 언론관이 단지문서로 드러난 데 지나지 않으며,언론과 정치권력이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낸 전형적인 예라고 보인다.사주가 범법 혐의를 받고 검찰로 출두하는데 그 뒤에도열해“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치는 기자 모습 역시 결국 같은 뿌리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언론의 구조적 문제이다.해방 후 50여년간우리 언론은 권력의 철저한 통제를 받거나 혹은 스스로 권력에 유착해 온갖 특혜를 누리며 기득권으로 편입됐다.대부분의 정치집단은 언론을 통해 권력유 지를 하고,언론은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그 결과 집권세력 교체는 이루어졌지만 언론을 바라보는 정치권력의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언론권력은 신문의 자본화와 함께 더욱 굳어지고 있다.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제3·제4의 언론문건 파동은 재현된 것이다.언론문건과 관련해 지금 간과해서 안될 점은“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는 신화적인 기대가 아니라 우리 언론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힘이다.언론이 정치권력에 의해서 혹은 자정 노력에의해 개혁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50년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수없이후회하고 깨닫지 않았는가?.

박정호 경북대 학생 glass@hanmail.net
2000-12-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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