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그림 들고 속세 나온 중광

달마그림 들고 속세 나온 중광

입력 2000-10-28 00:00
수정 2000-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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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외톨박이’‘광승(狂僧)’으로 통하는 중광(65)이 달마그림을 들고 속세에 다시 나왔다.지난 96년 개인전 이후 홀연히 자취를감췄던 그가 오랜만에 작품전을 열고 있는 것.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 마련된 ‘중광 달마전’(11월 8일까지)에는 그가 그린달마도 45점과 유화 18점,도자기 작품 31점이 전시돼 있다.개인전에달마도를 이처럼 많이 내놓기는 처음이다.

중광 화업의 본령은 달마그림이다.중광이 달마에 ‘귀의’한 것은올해로 10년.근래들어 서울 구룡사와 설악산 백담사에 칩거하면서부터는 온종일 달마와 함께 살았다.심신이 쇠해 과거에 즐겨 그렸던 유화는 제쳐두고 수묵화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소개된 달마도에 실린 달마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45점의 달마도에는 45명의 달마가 있다.짚신 한짝 달랑 달린 장죽을 메고 가는 ‘싱거운 달마’,웅크린 자세로 달을 등지고 앉아 있는 ‘옹심달마’,커다란 등에 작은 뒤통수만 보이는 ‘면벽 달마’,장전된 화살처럼 활모양의 머리를 한 ‘활달마’,꾸짖는 듯 동그랗게 치켜 뜬 눈이웃음을 자아내는 ‘돌 달마’ 등 각양각색이다.중광과 함께 ‘유치찬란’이란 제목의 시화집을 냈던 구상 시인의 ‘서시’를 보면 중광의 달마는 더욱 확연하게 다가온다.중광의 달마는 “휘갈겨 놓으니달마의 뒤통수요,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낙비”인 것이다.

중광은 현재 조울증을 않고 있다.몸이 쇠약해져 그림은 잠시 접어두고 ‘바람’을 화두로 용맹정진중이다.중광은 “내가 ‘바람’이라고떠들긴 하지만 아직 ‘바람’을 구경도 못했다”며 묘한 웃음을 던진다.이번 전시의 부제 ‘괜히 왔다 간다’는 중광의 요즘 심상풍경을 여실히 전해준다.(02)720-1020.

김종면기자

2000-10-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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