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火魔에 빼앗긴 청년 소방관의 꿈

[현장] 火魔에 빼앗긴 청년 소방관의 꿈

현장 기자 기자
입력 2000-10-26 00:00
수정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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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고생하면 나하고 같이 살 수 있다고 했잖니” 25일 낮 12시 서울 이대목동병원 영안실.

화재 현장에서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도 성남에서 부랴부랴 달려온 박순자씨(55·여·청소부)는 아들 임은종씨(25)의 영정을 붙들고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청소부 등 허드렛일을 다하면서 키운 막내아들이 이렇게 먼저 갈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서울 강서소방서 119구조대원인 임씨는 25일 새벽 4시50분쯤 동료소방관 7명과 함께 강서구 화곡동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불이 난 집은 지은 지 17년이 된 허름한 2층 벽돌집이었다.

임씨는 불길을 잡은 뒤 인명 확인작업을 위해 동료 3명과 함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던 중 1층 천장이 무너지면서 건물더미에 깔렸다.임씨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6시40분쯤 숨을 거두고 말았다.2층에서 잠자던 주민 3명은 긴급 대피해 무사했다.

박씨는 2남2녀 중 막내인 임씨가 지난해 10월 소방관이 되자 “위험하다”며 그만두라고 말렸다.임씨는 그러나 양천구 신월동에서 자취하면서 “열심히 일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98년 특전사 중사로 제대하고 지난해 10월 소방관으로 특채된 임씨는 동료들에게도 ‘성실한 막내’로 인정받았다.

한 소방대원은 “임씨는 어머니 걱정을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성남의 단칸 셋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임씨의 누나 종향씨(31)는 “어젯밤 꿈에 1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남편이 나타나 누구를 데리고 가더니 그게 너였느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조태성 사회팀기자 cho1904@
2000-10-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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