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통팀 ‘권력남용 대명사’ 간판내리다

사직통팀 ‘권력남용 대명사’ 간판내리다

송한수 기자 기자
입력 2000-10-17 00:00
수정 200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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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수사·정보기관으로서 권력남용 등의 폐해가 더 부각됐던 ‘사직동팀’이 28년만에 폐지된다.

그동안 여러차례 무소불위의 파행수사가 지적됐지만 지난해 옷로비사건에 이어 올해 신용보증기금 대출외압 의혹 사건 개입이 결정타가됐다. 지난 8일에는 신용보증기금 전 지점장 이운영씨를 영장없이 체포,호텔에 10시간 동안 감금해 조사한 혐의로 이기남 경정(49)이 구속됐다.권력남용의 사례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사직동팀의 역사는 유신 때인 7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김현옥 (金玄玉) 내무장관이 정석모(鄭石謨) 치안본부장에게 “미국의연방수사국(FBI)과 같은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해 발족한 ‘치안국특별수사대’가 사직동팀의 전신이다. 이후 청와대의 특명을 받아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첩보수집,기업인의 외화 해외도피 등을 수사하며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하지만 특별수사대는 권력층 내부로부터도 ‘정부 내 사설정보기관’으로 과도한 권력이 주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이에 따라 76년 김치열(金致烈) 내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특명사건을 맡는특수1대,경찰 자체의 기획수사를 담당하는 특수2대로 갈렸다.

특수 1,2대는 80년 신군부가 집권한 뒤 합동수사본부 5국으로 통합돼 김종필(金鍾泌),이후락(李厚洛)씨 등 정치인과 ‘10·27 법난’등을 수사했다.

81년에는 모 재벌그룹 회장 부친의 부탁으로 맹인 안마사를 조사한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그 실체가 처음으로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특수1대는 82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국세청 건물에서 지금의 종로구 사직동 1의 48 대지 300평,건평 339평의 건물로 옮기면서 사직동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현재 정원은 26명,문민정부 때는 33명이었다. 83년에는 한일합섬 김근조(金根祖)이사를 고문하다 뇌출혈로 숨지게 하는 등 파행적인 수사로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91년에는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바뀌면서 특수수사2대는 경찰청 공식 편제로 흡수돼 경찰청장 지휘 아래 청와대 사칭과 공직기강 해이 사건을맡게 됐고,명칭도 경찰청 수사국 조사과로 바뀌었다.

하지만 특수수사1대는 계속 사직동에 사무실을두고 청와대 직할 조직으로 운영되면서 베일에 가려져 왔다.97년 대선정국을 뒤흔든 ‘DJ비자금사건 ’이 사직동팀의 주도로 2년 동안 준비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폐지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사직동팀은 형식적으로는 경찰청 조직이지만 실질적 지휘자는 청와대 사정담당인 법무비서관이다.직제상 상급자인 경찰청 수사국장이나경찰청장으로부터는 지시도 받지 않고 보고도 하지 않는다.

총경인 사직동팀장은 임기를 마치면 대부분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등혜택을 누렸다.지금까지 2명만 경무관으로 승진하지 못했다.5·6공시절엔 주로 TK 인사,문민정부 시절엔 PK출신,현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이 맡아왔다.

송한수기자 onekor@
2000-10-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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