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골리앗과 다윗의 뒤바뀐 운명

[오늘의 눈] 골리앗과 다윗의 뒤바뀐 운명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0-10-04 00:00
수정 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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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공존에 의존한다.상대방의 역사와 존재를 서로 인정하는 상호주의다.이스라엘에 유대 민족주의와‘탈무드’가 있다면,팔레스타인에는 아랍 민족주의와 ‘코란’이 있다.이스라엘의 독립을 보장한 1917년의 ‘발포어 선언’이 있다면,1915년의 ‘맥마흔 선언’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약속하고 있다.

발포어 선언은 중동에서의 세력확장을 꾀한 미국의 도움으로 1948년이스라엘 건국을 낳았다. 그러나 맥마흔 선언은 영국의 배신과 제국주의적 국수주의로 변질된 ‘시오니즘(Xionism)’의 대두로 100만명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만 배출했다.오스만 터키에 맞서 팔레스타인과 유대민족이 똑같이 싸웠으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이스라엘의 독차지가 됐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젖과 꿀’의 분배를 요구하는 1964년아랍정상회담의 결과로 태어났다.30년간의 투쟁 끝에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상호존재를 인정하는 평화협상에 조인했다.이를바탕으로 지난 7월에는 중동의 완전한 평화를 추구하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열렸으나 결렬됐다.

그런 와중에 중동이 화염에 휩싸였다.이스라엘의 야당 당수 아리엘샤론의 이슬람사원 방문이 기폭제가 됐다.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못마땅하게 여긴 그는 회교도 성지인 사원을 방문,의도적으로 팔레스타인에서의 시위를 유도했다.회교도는 성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강경파 유대인은 이슬람사원을 헐고 유대신전을 짓자고 주장,협상의 걸림돌이 돼왔다.시위가 일자 이스라엘 군·경은 기다렸다는 듯 군중에총격을 가했고 12살 어린이를 포함,5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였다.여론에 밀려 이스라엘이 일단 총을 거뒀으나 무력진압은 중동평화에 먹구름만 드리웠다.

이스라엘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서 한쪽에선 팔레스타인에 총부리를 겨눴다.2,000년간 나라없는 설움을 겪고도 팔레스타인에게는 자기들이 당한 똑같은 고통을 주고 있다.나치 독일의 학살에 치를 떨던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살을 서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 돌팔매질로 이스라엘의 무력에 맞서고 있다.

사울왕이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다윗은 블레셋의 골리앗을 돌팔매질로 쓰러뜨렸다.지금 이스라엘은 골리앗이 됐고 ‘그들의 다윗’은 팔레스타인인으로 나타났다.

백문일 국제팀 기자 mip@
2000-10-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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