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이나 짙은 곤색의 세일러복 정장 차림에 멋쟁이 모자,가끔 기분 나면 큼직한 귀거리가 100m 바깥에서도 눈에 띄는 복장의 우리 어머니 가슴에 이따금 훈장 배지가 걸릴 때면 그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엄마는 생전 새 옷을 사시는 일도 드물고 남들처럼 느긋하게 마사지 한 번 제대로 받지도 않으시는데 몇 십 년동안 고수해온 바로 그옷차림으로 그간 적지 않게 오해를 사고 계시다.
너무 화려해 보인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는 손 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실 분이라는 거다.그러니 정작 평생을 세탁기 한 번 돌리지않고 새벽 4시 기상,물빨래와 다림질에 동트는 줄 모르고 아침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가 수 십 년째라면 다들 믿기지 않아 하는 얼굴이다.날씨가 많이 덥지만 않다면 부엌에서는 엄마의 콧노래가 들려오는날이 많다.
예전에 활동하던 동아리의 한 선배님이 “여자는 부엌을 천국으로알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당시 나는 발끈하면서 “아니 그럼 여자가 부엌에서 헤어나선 안된다는 건가요?”라고 반문했었는데 그 선배가 한심하다는 얼굴로하는 말이 “그건 네가 몰라서 얕은 생각으로 하는 말이다.언젠가 내 말 뜻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거였다.알듯 말듯한 그의 말이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계속 일을 하면서 틈 날적마다 떠오르곤 한다.비닐 랩으로 반찬 그릇을 고이 고이반듯하게 싸서 냉장고에 넣으시던 시어머니의 손길을 보며 순간 마치 예술가의 손놀림인 듯 경탄해 마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곤 하던 나는 이제와서 내가 부엌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삼 가슴이답답해져 온다.
난 나의 어머니를 보면서도 “여자가 부엌을 천국으로 알아야 한다”던 그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정말 부엌을 종일토록 벗어날래야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의 굴레라고 여기고 나 하나면 굶고 말겠지만 다른 식구들을 위해 일상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는 삶보다는 부엌도 나의 세계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그 안에 있을 때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고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밥을 푸는 나의 모습은 진정 여유가 있는 삶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으리라.
그 선배의 말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부엌이 다가 아닌나의 세계는 오로지 내가 하기 나름으로 개척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인데 부엌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새록 새록 들 정도가 되면 나의 생활은 진정한 여유를 찾은 것이리라.
이보영 교육방송 영어강사
너무 화려해 보인다는 이유로 집안에서는 손 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실 분이라는 거다.그러니 정작 평생을 세탁기 한 번 돌리지않고 새벽 4시 기상,물빨래와 다림질에 동트는 줄 모르고 아침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가 수 십 년째라면 다들 믿기지 않아 하는 얼굴이다.날씨가 많이 덥지만 않다면 부엌에서는 엄마의 콧노래가 들려오는날이 많다.
예전에 활동하던 동아리의 한 선배님이 “여자는 부엌을 천국으로알아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당시 나는 발끈하면서 “아니 그럼 여자가 부엌에서 헤어나선 안된다는 건가요?”라고 반문했었는데 그 선배가 한심하다는 얼굴로하는 말이 “그건 네가 몰라서 얕은 생각으로 하는 말이다.언젠가 내 말 뜻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거였다.알듯 말듯한 그의 말이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계속 일을 하면서 틈 날적마다 떠오르곤 한다.비닐 랩으로 반찬 그릇을 고이 고이반듯하게 싸서 냉장고에 넣으시던 시어머니의 손길을 보며 순간 마치 예술가의 손놀림인 듯 경탄해 마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곤 하던 나는 이제와서 내가 부엌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삼 가슴이답답해져 온다.
난 나의 어머니를 보면서도 “여자가 부엌을 천국으로 알아야 한다”던 그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정말 부엌을 종일토록 벗어날래야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의 굴레라고 여기고 나 하나면 굶고 말겠지만 다른 식구들을 위해 일상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는 삶보다는 부엌도 나의 세계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그 안에 있을 때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고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밥을 푸는 나의 모습은 진정 여유가 있는 삶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으리라.
그 선배의 말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부엌이 다가 아닌나의 세계는 오로지 내가 하기 나름으로 개척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인데 부엌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새록 새록 들 정도가 되면 나의 생활은 진정한 여유를 찾은 것이리라.
이보영 교육방송 영어강사
2000-08-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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