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스닥 ‘사기뉴스’ 농락

美 나스닥 ‘사기뉴스’ 농락

입력 2000-08-29 00:00
수정 2000-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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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을 걷는 미국의 나스닥(NASDAQ) 증시가 ‘사기뉴스’에 농락당했다.미확인 보도자료 때문에 컴퓨터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에뮬렉스의 주가가 1시간도 안돼 60% 이상 폭락했다.

엉터리 보도자료를 만들어 일확천금을 챙기려는 ‘사기 투자꾼’과이를 확인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일시적 주가폭락으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전말은=24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뉴스 공급업체인인터넷 와이어에 문제의 보도자료가 e-메일로 전달됐다.에뮬렉스의홍보대리인이 보낸 것으로 돼있는 이 자료에는 지난 5∼7월까지 에뮬렉스의 경영실적이 당초 예상대로 1주당 25센트 이익이 아니라 15센트 손실로 적혀있었다.98∼99 회계년도의 순이익도 바뀔 것이며 폴폴리노 대표는 이미 사임해 미 증권관리위원회(SEC)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돼있다.

인터넷 와이어는 뉴욕 나스닥 시장이 문을 여는 25일 오전 9시30분에 인테넷에 올렸고 세계적인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 통신이 10시 13분 전세계로 인용·보도하면서 에물렉스 주가의 폭락을 이끌었다.

다우존스 뉴스서비스,CNBC 등 금융뉴스 공급업체들이 이 뉴스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전날 종가가 113.06달러인 에뮬렉스의 주가는 오전 10시 26분 43달러까지 떨어졌다.시장가치로 20억달러(2조2,000억원 추정)이상이 하락한 셈이다.폴리노 대표가 부인공시와 함께 나스닥에 통고,오전 10시30분부터 주식거래는 중단됐다.오후에 거래가 재개돼 주가는 전날 대비 6.46% 떨어진 105.75달러로 마감됐다.

◆범인은=미연방수사국(FBI)과 SEC가 조사에 들어갔으나 전문가들은에뮬렉스 주식의 ‘풋 옵션’을 매수했거나 선물거래에서 단기매도(숏 셀링)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풋 옵션은 ‘장래에 특정 주식을 일정가격으로 매도하겠다는 권리’로 주가가 폭락하면 옵션의 가격이 반사적으로 폭등,옵션을 산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본다.단기매도 포지션도 비슷하다.FBI와 SEC는 25일 이전에 ‘풋 옵션’ 등을 집중 매수한 투자자들을 확인하고 있다.

◆배상은=주가가 폭락할 때 주식을판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됐다.그러나 첫 보도한 인터넷 와이어의 마이클 터핀 대표는 “치밀한사기극에 희생됐다”고만 말하고 있으며 블룸버그나 다우존스 뉴스서비스 등의 편집자들은 “인터넷 와이어의 보도내용을 인용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나스닥 관계자들은 “범인이 잡히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때문에 손실을입은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등 여러 후유증이 예상된다.

백문일기자 mip@
2000-08-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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