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눈물이 바다를 이룰때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눈물이 바다를 이룰때까지…

김광림 기자 기자
입력 2000-08-16 00:00
수정 200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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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에서 마침내 눈물의 큰 강이 흐르기 시작했다.흔히 눈물은 슬프고 안타까워 흘리는 것이지만 이번만은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흘리는 눈물일 줄이야!우리겨레가 역사적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린적이 과연 몇번이나 될까.반세기 동안 맺히고 맺힌 한과 응어리를 단숨에 확 풀어버리는 순간의 이 뜨거운 것.기쁨에 겨우면 눈물이 절로 난다는데 이산가족의 눈물이야말로 기쁨을 초월한 인간이 누릴수 있는 최상 최고의 경지에서 치솟은 환희의 상징물이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는 꾸준히 이산가족 상봉을 시도해왔다.15년전 KBS가북에서 온 이산가족의 상봉과 결합을 도모하여 눈물의 홍수를 자아낸바 있지만 그때 필자가 쓴 시 ‘바보상자가 나를 울렸다’는 바로 이산가족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었다.

나는 18세 때 고향인 원산을 떠나 혈혈단신 38선을 넘어와 지금 백발이 성성한 칠순에 접어들었지만 부모의 생사와 형제들의 소식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분단의 아픔과 한을 해학과 유머로 얼버무리고있지만 패전국도 아닌 우리가 왜 독일모양 남북으로 갈려야만 했는지그게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 어머니! 부르는 소리를 잊은지 50여년! 그래서 이산가족을 다룬 작품에서 ‘죽는 그날까지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아버지 어머니 부르게 해다오’라고 절규하기도.

몇해전 일본의 시지 ‘시와 사상’이 인권문제 특집을 했을 때 내게도 청탁이 있어 이 작품을 번역해서 보냈더니 권두에 다룬 것을 보고 우리의 이산가족이 세계적인 인권문제로 부상되어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산가족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의 절규쯤은 귓등으로 흘려 버리고 있는듯 하지만 이웃나라에서는 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나를 두고 한국의 윤리시즈라고까지 부르고 있지만 율리시즈는 만년에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느냐고 그보다 더 혹독한 처지임을 실토한바 있다.

하지만 해방 55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율리시즈 신세는 일단 회복한듯 하다.

남북의 비행기 KAL과 고려항공이 남북을 오가기도 처음 있는 일.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진 오후 4시40분 대동강이 남쪽의 눈물을,그리고 한강이 북쪽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식의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채 기진해버린 95세의 할머니,오빠를 부등켜 안고 통곡하는 누이,피는 이데올로기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봉의 기회를 아직 누리지못하고 있는 이산가족은 백두산과 한라산의 수목을 합친 것만큼이나 많다.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지만당장에 상봉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부모들의 생사확인이나 가족들의소식만이라도 알았으면 일단 恨은 풀릴 것이다.

6·25 사변전처럼 안부를 전하는 편지 왕래만이라도 될 수 있다면오죽이나 좋을까.겉치레의 효과보다 실속있는 결속이 더 절실하다.

그동안 남북간의 대화를 통한 좋다만 있는 간혹 있었지만 지속성이없었다.

바라건데 이번의 이산가족 상봉이야 말로 남과 북에서 흘린 강물이바다를 이룰 때까지 온 겨레여 울고 또 울자.

김광림 시인·원산출생
2000-08-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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