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북이 함께 변하지 않고서는

특별기고/ 남북이 함께 변하지 않고서는

한승헌 기자 기자
입력 2000-07-27 00:00
수정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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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55년 만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지 40여일이 지났다.6·15공동선언은 7·4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발표 때와는 달리 후속적인 실천이 뒤따르고 있어 실효성이 가시화되고 있다.상대방에 대한 호칭의 변화,상호 비방 중단,6·25행사 취소,8·15상봉 이산가족 명단 교환,남북한 각료회담 북한측 대표의 서울 방문 등 매우 전향적인 진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부터 보여준 파격적 언동을 두고 남한 내에는‘감동’과‘경계’의 두 흐름이 있고,이른바 진보와 수구세력 간에 논쟁도 있지만 반세기 동안의 대결을 접는 일대 전환기에 그만한 갈등은 있을 법도 하다.

분명해진 것은 김정일 위원장 내지 북한에 대해 부정 일변도의 언론만 접해온 남한도 이제는 균형감각을 갖고 대북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중론이다.종래의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편견과 적개심을 그냥 두고서는 민족화합의 새 시대를 불러들일 수 없다.북측이 변화되기를 우리가 바라듯이 우리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남북한 어느쪽도 상대방을‘적’ 또는‘반국가단체’로 본다는 것은 피차 간의 공존,교류·협력,평화 정착,나아가서 궁극적인통일을 저해하는 사고방식이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다루어야 한다.남한은 이미 평화애호국가만을 회원국 자격으로 규정한 유엔에 북한과 동시 가입했으며,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양측은 각기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인정했고 서로 체제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마침내는 양측 정상이 직접 만나서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는 북한을더이상 반국가단체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 변화를 거듭 공식화한 것으로 보아야 옳다.따라서 국가보안법상(또는 그 해석상)으로만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며,지금까지의 대북정책과 남북교류를 스스로 반국가적 범죄라고 자인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법률을 정리함으로써 국가정책과 실정규범 사이의 모순을 입법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세상에는남한식 체제와 북한식 체제만 있는 것도 아니고,제3의 체제도 얼마든지 있다.어차피‘평화통일’은 남과 북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합의접근이 가능한 모든 길을 모색하고 넓혀 나가야 하며,어느 한쪽의 체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분단국가에서 어느 한쪽의 완승은 다른 한쪽의 항복을 의미하므로 합의에의한 평화통일과는 상치되는 욕심이다.

분단 55년 동안에 악화된 대결상황과 불신감정을 남북정상의 첫 만남에서모두 해결할 수야 없지 않은가.6·15 남북공동선언만큼의 합의도 놀라운 성과임을 온 세계가 공인하고 있는 터이며 남북간의 전쟁억지와 평화보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만도 대단한 성과임에랴.

남북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초당적 협력’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차별성부각에 집념한 탓인지 정쟁적 의도가 밴 언사들이 더러 부침하고 있다. 물론남북문제를 놓고 여야 각계에서 한 목소리만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민족 대화합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 그릇된 자기 계산에만 끌리는협량(狹量)은 다같이 경계해야 하며,더구나감정적 대결을 부추기는 언동은피차 삼가야 마땅하다.진정 민족의 화합과 번영 그리고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승 헌 변호사·전 감사원장
2000-07-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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