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방법론을 색깔에 빗대어 보면 ‘회색’의 관점에서 ‘적색’의 관점으로,이어 ‘녹색’의 관점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주석을 다는 훈고학적인 문헌연구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해석을 거쳐 이제는 생태주의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녹색문학·녹색정치학·생태철학 등 인문·사회과학각 분야에 불고 있는 ‘녹색바람’은 이같은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서강대 영문과 김욱동 교수가 펴낸 ‘한국의 녹색문화’(문예출판사)는 이러한 녹색 세계관에 입각해 한국문화를 다룬 문화생태학 입문서다.저자에게녹색의 이념은 현대를 읽는 단서요 오늘을 말하는 화두다.
이 책은 한국문화에 짙게 배어 있는 생태사상의 속내를 낱낱이 드러낸다.민간신앙의 모습을 엿보게 하는 샤머니즘,우리 고대의 역사를 기록한 ‘삼국유사’,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의 시와 산문,실학사상과 동학사상 등이 생태학적 사유의 대상이다.저자는 생태주의라는 ‘녹색’렌즈를 통해 무엇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일까.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학적 유토피아,즉 에코토피아의 세계가 아닐까.
저자는 먼저 샤머니즘의 녹색 세계관에 주목한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샤머니즘은 다신론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생태주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다신론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정령신앙이나 물활론적 자연관과 만나는데,자연만물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생태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의 국조신화인 단군신화도 생태주의와 친연관계에 있다.단군신화의 신단수는 그 기능이나 역할로 볼 때 세계수나 우주목임에 틀림없다는 것.신단수는 고대 사회의 수목숭배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는것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환경위기 혹은 생태계위기의 근원은 인간중심주의에 있다.노르웨이 철학자아르네 네스가 주창한 심층생태학을 비롯한 많은 생태주의 담론에서 문제삼는 것도 인간중심주의다.저자는 이 인간중심주의에 맞선 대표적인 인물로 백운거사 이규보를 꼽는다.그의 문학에 도저한 생태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는것이다.만물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만물일류(萬物一類)의 사상이 그것이다.
저자는 아르네 네스의 생물중심주의도,미국 사회학자 머리 북친의 새로운인간중심주의도 극단적인 태도를 취해 생태계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이에 비해 양 극단을 배제한 이규보의 생물평등주의야말로 생태계위기의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에서는 이익에서 정약용에 이르는 모든 실학자들을 통틀어 가장 탁월한 생태주의자로 담헌 홍대용을 든다.담헌의 생태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저작이 ‘임하경륜’과 ‘의산문답’이다.담헌의 생태사상은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과 물(物)이 대등하다는 ‘인물균(人物均)’으로 요약된다.
동학의 ‘녹색 개벽’에 대한 설명도 관심을 끌 만하다.전통적으로 시간을보는 태도는 두 갈래로 나뉜다.서양사람들은 주로 일직선적인 시간관을 받아들이는 반면 동양사람들은 대체로 순환론적인 시간관을 택한다.그런 점에서볼 때 동학은 변화와 생성 그리고 소멸을 중시하는 순환론적 시간관에 가깝다.이는 물질의 순환과에너지의 흐름을 중시하는 생태학과 밀접한 연관을갖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김종면기자 jmkim@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주석을 다는 훈고학적인 문헌연구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해석을 거쳐 이제는 생태주의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녹색문학·녹색정치학·생태철학 등 인문·사회과학각 분야에 불고 있는 ‘녹색바람’은 이같은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서강대 영문과 김욱동 교수가 펴낸 ‘한국의 녹색문화’(문예출판사)는 이러한 녹색 세계관에 입각해 한국문화를 다룬 문화생태학 입문서다.저자에게녹색의 이념은 현대를 읽는 단서요 오늘을 말하는 화두다.
이 책은 한국문화에 짙게 배어 있는 생태사상의 속내를 낱낱이 드러낸다.민간신앙의 모습을 엿보게 하는 샤머니즘,우리 고대의 역사를 기록한 ‘삼국유사’,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의 시와 산문,실학사상과 동학사상 등이 생태학적 사유의 대상이다.저자는 생태주의라는 ‘녹색’렌즈를 통해 무엇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일까.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학적 유토피아,즉 에코토피아의 세계가 아닐까.
저자는 먼저 샤머니즘의 녹색 세계관에 주목한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샤머니즘은 다신론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생태주의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다신론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정령신앙이나 물활론적 자연관과 만나는데,자연만물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생태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의 국조신화인 단군신화도 생태주의와 친연관계에 있다.단군신화의 신단수는 그 기능이나 역할로 볼 때 세계수나 우주목임에 틀림없다는 것.신단수는 고대 사회의 수목숭배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는것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환경위기 혹은 생태계위기의 근원은 인간중심주의에 있다.노르웨이 철학자아르네 네스가 주창한 심층생태학을 비롯한 많은 생태주의 담론에서 문제삼는 것도 인간중심주의다.저자는 이 인간중심주의에 맞선 대표적인 인물로 백운거사 이규보를 꼽는다.그의 문학에 도저한 생태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는것이다.만물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만물일류(萬物一類)의 사상이 그것이다.
저자는 아르네 네스의 생물중심주의도,미국 사회학자 머리 북친의 새로운인간중심주의도 극단적인 태도를 취해 생태계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이에 비해 양 극단을 배제한 이규보의 생물평등주의야말로 생태계위기의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에서는 이익에서 정약용에 이르는 모든 실학자들을 통틀어 가장 탁월한 생태주의자로 담헌 홍대용을 든다.담헌의 생태주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저작이 ‘임하경륜’과 ‘의산문답’이다.담헌의 생태사상은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과 물(物)이 대등하다는 ‘인물균(人物均)’으로 요약된다.
동학의 ‘녹색 개벽’에 대한 설명도 관심을 끌 만하다.전통적으로 시간을보는 태도는 두 갈래로 나뉜다.서양사람들은 주로 일직선적인 시간관을 받아들이는 반면 동양사람들은 대체로 순환론적인 시간관을 택한다.그런 점에서볼 때 동학은 변화와 생성 그리고 소멸을 중시하는 순환론적 시간관에 가깝다.이는 물질의 순환과에너지의 흐름을 중시하는 생태학과 밀접한 연관을갖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김종면기자 jmkim@
2000-06-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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