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처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예술적으로 승화하려는 움직임은 연극,무용,음악 등 공연예술계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연극/ 분단초기인 1950년대에는 전쟁의 충격으로 반공의식을 담은 작품들이주로 창작됐으나 60년대들어 전쟁과 분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학계에서는 60년 신춘문예작인 박현숙의 ‘사랑을 찾아서’를 ‘분단희곡’의 출발로 꼽는다.한 여인이 사랑을 찾아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남북을 오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자주인공인 공산당원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차범석의 ‘산불’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 갈등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보다 객관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관광지대’‘모가지가긴 두사람의 대화’(박조열)‘바꼬지’(이재현)등도 60년대 분단과 통일문제를 다룬 희곡들이다.이재현은 ‘포로들’(72)‘멀고 긴 터널’(77)‘적과 백’(83)등 6·25전쟁포로를 다룬 기록극형식의 삼부작을 내기도 했다.
80년대에 이르러 분단희곡은 새로운 전기를맞는다.동서간의 해빙무드에 힘입어 보다 적극적으로 분단의 모순상황을 지적하고 이데올로기의 무의미성을고발하는 작품들이 대거 쏟아졌다. 노경식의 ‘하늘만큼 먼나라’(85)황석영의 ‘한씨연대기’(84)이강백의 ‘호모세라파투스’(83)‘칠산리’(89)이반의 ‘아버지 바다’(89)등이 대표적이다.
분단과 통일문제를 정치사회적인 시각으로 묵직하게 다룬 80년대에 비해 90년대는 풍자적이고 우화적인 분단희곡들이 눈에 띈다.장소현의 ‘김치국씨환장하다’(98)나 오태영의 ‘통일익스프레스’(99)는 패러디와 유머감각,아이러니를 표현기법으로 도입함으로써 관객들의 변화된 정서에 부합하는 한편날카로운 사회비판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연극평론가 유민영씨(단국대 교수)는 “분단을 다룬 수작 희곡들이 상당수이나 양적인 면에서나 스케일,그리고 심도에 있어서 소설에 비해 미약한 것이사실”이라고 지적하고 “6·25를 이념이나 상황이 아닌 철학적 성찰로 접근할때 비로소 뛰어난 작품이 나올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무용/ 지난 95년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산하 민족춤위원회는 해방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춤제전을 벌였다.‘해방50년,겨레의 몸짓으로’를 주제로한 이 행사는 그간 개별적으로 이뤄져온 무용계의 분단 형상화작업을 전체적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당시 선보인 한상근의 ‘무초Ⅲ’은 현대춤과 전통춤을 조화시켜 통일을 위해 몸바친 이들을 그려냈으며,정혜진 무용단은 ‘새들의 암장’이란 작품에서 북한에 고향을 둔채 이국땅에서 삶을 마감한 박남수시인의 삶을 형상화했다.
개인적으로 분단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온 무용가로는 분단이후 한국상황을 무용극 ‘내사랑 한반도’(88)로 풀어낸 조기숙을 비롯해 살풀이 시리즈의 이정희 중앙대교수,강혜숙 청주대 교수등이 대표적이다.
민족춤위원회 김채현위원장은 “분단문제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외국인도 공감할 수 있는 국제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무용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음악/ 작곡가 안익태가 30년대 작곡했던 ‘코리아환타지’를 60년대에 전쟁을 승화시키는 쪽으로개작한 것을 비롯해 변훈의 ‘떠나가는 배’이호섭의‘울음’등 많은 작곡가들이 분단의 비극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는데 힘을 기울였다.그러나 작품 못지않게 삶자체에 통일의지가 가득했던 작곡가 윤이상이 갖는 상징성은 그 무엇보다 큰 자리를 차지한다.
95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윤이상은 조국의 분단을 걱정했다.67년 동베를린간첩단사건에 연루돼 71년 독일에 귀화한 뒤 한번도 고향땅을 밟지 못했던 그는 음악으로 남북 화해의 다리를 놓기위해 수시로 북한을 오갔다.‘오보에와 하프를 위한 이중 협주곡’칸타타‘나의 땅,나의 조국’등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창작뿐 아니라 88년에는 남북축전을 제안하고,90년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직접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는 “남북한이 서로 민족음악을 내세우지만 결국 둘다 반쪽의 민족음악일 수 밖에 없었다”면서 “남북의 음악계가 서로합심해 새로운 통일음악을 모색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
◆연극/ 분단초기인 1950년대에는 전쟁의 충격으로 반공의식을 담은 작품들이주로 창작됐으나 60년대들어 전쟁과 분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학계에서는 60년 신춘문예작인 박현숙의 ‘사랑을 찾아서’를 ‘분단희곡’의 출발로 꼽는다.한 여인이 사랑을 찾아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남북을 오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자주인공인 공산당원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차범석의 ‘산불’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 갈등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보다 객관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관광지대’‘모가지가긴 두사람의 대화’(박조열)‘바꼬지’(이재현)등도 60년대 분단과 통일문제를 다룬 희곡들이다.이재현은 ‘포로들’(72)‘멀고 긴 터널’(77)‘적과 백’(83)등 6·25전쟁포로를 다룬 기록극형식의 삼부작을 내기도 했다.
80년대에 이르러 분단희곡은 새로운 전기를맞는다.동서간의 해빙무드에 힘입어 보다 적극적으로 분단의 모순상황을 지적하고 이데올로기의 무의미성을고발하는 작품들이 대거 쏟아졌다. 노경식의 ‘하늘만큼 먼나라’(85)황석영의 ‘한씨연대기’(84)이강백의 ‘호모세라파투스’(83)‘칠산리’(89)이반의 ‘아버지 바다’(89)등이 대표적이다.
분단과 통일문제를 정치사회적인 시각으로 묵직하게 다룬 80년대에 비해 90년대는 풍자적이고 우화적인 분단희곡들이 눈에 띈다.장소현의 ‘김치국씨환장하다’(98)나 오태영의 ‘통일익스프레스’(99)는 패러디와 유머감각,아이러니를 표현기법으로 도입함으로써 관객들의 변화된 정서에 부합하는 한편날카로운 사회비판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연극평론가 유민영씨(단국대 교수)는 “분단을 다룬 수작 희곡들이 상당수이나 양적인 면에서나 스케일,그리고 심도에 있어서 소설에 비해 미약한 것이사실”이라고 지적하고 “6·25를 이념이나 상황이 아닌 철학적 성찰로 접근할때 비로소 뛰어난 작품이 나올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무용/ 지난 95년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산하 민족춤위원회는 해방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춤제전을 벌였다.‘해방50년,겨레의 몸짓으로’를 주제로한 이 행사는 그간 개별적으로 이뤄져온 무용계의 분단 형상화작업을 전체적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했다.당시 선보인 한상근의 ‘무초Ⅲ’은 현대춤과 전통춤을 조화시켜 통일을 위해 몸바친 이들을 그려냈으며,정혜진 무용단은 ‘새들의 암장’이란 작품에서 북한에 고향을 둔채 이국땅에서 삶을 마감한 박남수시인의 삶을 형상화했다.
개인적으로 분단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온 무용가로는 분단이후 한국상황을 무용극 ‘내사랑 한반도’(88)로 풀어낸 조기숙을 비롯해 살풀이 시리즈의 이정희 중앙대교수,강혜숙 청주대 교수등이 대표적이다.
민족춤위원회 김채현위원장은 “분단문제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외국인도 공감할 수 있는 국제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무용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음악/ 작곡가 안익태가 30년대 작곡했던 ‘코리아환타지’를 60년대에 전쟁을 승화시키는 쪽으로개작한 것을 비롯해 변훈의 ‘떠나가는 배’이호섭의‘울음’등 많은 작곡가들이 분단의 비극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는데 힘을 기울였다.그러나 작품 못지않게 삶자체에 통일의지가 가득했던 작곡가 윤이상이 갖는 상징성은 그 무엇보다 큰 자리를 차지한다.
95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윤이상은 조국의 분단을 걱정했다.67년 동베를린간첩단사건에 연루돼 71년 독일에 귀화한 뒤 한번도 고향땅을 밟지 못했던 그는 음악으로 남북 화해의 다리를 놓기위해 수시로 북한을 오갔다.‘오보에와 하프를 위한 이중 협주곡’칸타타‘나의 땅,나의 조국’등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창작뿐 아니라 88년에는 남북축전을 제안하고,90년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직접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는 “남북한이 서로 민족음악을 내세우지만 결국 둘다 반쪽의 민족음악일 수 밖에 없었다”면서 “남북의 음악계가 서로합심해 새로운 통일음악을 모색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
2000-06-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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