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이시대 ‘허준’은 없는가

[오늘의 눈] 이시대 ‘허준’은 없는가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0-06-21 00:00
수정 2000-06-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과연 의사들의 투쟁이 그들의 주장대로 올바른 의약분업을 위한 것입니까”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한 30대 회사원은 이렇게 대답했다.그는 “정부의 의약분업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정상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사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러면 월급쟁이들보다 어렵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 국세청은 전체 의사의 56%가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간이과세자(연간 총매출액 4,800만∼1억5,000만원)로 분류됐다고 발표했다.의사 2,350명은 총수입을 4,800만원 이하로 신고,과세특례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국세청이 밝힌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산부인과 의사 이모씨(52) 부부의 탈세 행태를 보면 상당수 의사들의 신고가 거짓임을 알 수 있다.이씨 부부는 각각 병원을 운영하면서 5년동안 일반진료 수입액 등 14억원을 빼돌렸다.서울 강남에서 시험관아기 시술 등 불임치료 전문의로 이름난박모씨(49)도 진료수입 17억6,000만원을 누락시켰다.고용의사 2명의 연봉도1억원을 5,000만원으로 줄여 신고했다.그는 세금을 ‘절약’해 건물을 지었다.

지난 97년 국세청이 추산한 내과,외과,성형외과,산부인과 의사들의 월평균소득은 447만여원이었다.하지만 당시 ‘개업의’가 아닌 ‘고용의사’도 수도권에서는 최소한 월 600만원 이상을 받았다는 것이 같은 의사들의 얘기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의사는 “맹장수술 한번 하면10만원을 받는데,맹장수술을 할 수 있을 만큼 실력과 경력을 쌓기까지 무려15년이 걸렸다”면서 “그래가지고 어떻게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항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사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인식돼 왔다.딸이 의사와 결혼하겠다고 할 때 반대한 부모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 집단폐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싸늘하다.아직도 결식아동이 수천명인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배부른 투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의사들은 왜 요즘 드라마 ‘허준’이 텔레비전 연속극 가운데 가장 인기를끌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전 영 우 사회팀기자]ywchun@
2000-06-21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