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평양행 차비

[외언내언] 평양행 차비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2000-06-13 00:00
수정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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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가는곳 없는데/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가’.신형원이 부른 ‘서울에서평양까지’의 도입부다.80년대에 나온 노래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자주 방송을 타고 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는 320㎞.평양까지 거리는 그에 훨씬 못미치는 246.2㎞이다.평양까지 택시요금 5만원은 오래 전 얘기다.현행 요금으로 계산하면 11만7,000여원.모범택시로는 19만6,000원 가량이 나온다.평양까지의 거리는 전주까지와 비슷하다.서울∼전주간 고속버스 요금은 우등이 1만3,000원,일반이 8,900원이다.철도요금은 새마을이 1만6,400원,무궁화가 1만1,300원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는 교통수단으로는 베이징을 거치는 항공편이 사실상 유일하다.서울∼베이징 항공료는 45만원.베이징에서평양까지 편도요금은 일반석이 160달러,1등석이 200달러 정도다.우리 돈으로는 17만8,000원,22만2,000원 가량이다.이를 합치면 서울∼평양과 같은 거리의 국내선 요금보다 9배,11배 가량비싸다.베이징에서 평양행 여객기의 1등석 차지 경쟁은 치열하다고 한다.1등석을 타고 가야 현지에서 좋은 대우를받는다는 소문 때문이다.

광복 전 서울에서 평양을 가려면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열차를 이용했다.1등석 요금은 50원.100㎏짜리 쌀 한 가마니에 32원 가량 하던 시절이다.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30만원 가량 들었다.

당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편은 경의선 외에 서울∼원산을 운행하는 경원선,그리고 경원선의 지선인 금강산선이 있었다.이들 철도는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곧바로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북한은 2년 전 시베리아 횡단철도 사업 참여를 위해 경의선과 경원선의 복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알려졌다.우리 정부도 같은 취지에서 철도복원을 위한 용지 매입을 완료한상태다.경의선의 끊어진 구간은 20㎞,경원선은 31㎞,금강산선은 24.5㎞이다.

육로는 임진각과 개성을 연결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평양까지 달릴 수 있다.

2년 전에 화제가 됐던 영화 ‘간첩 리철진’에서 남파간첩 리철진은 술에취해 택시를 타고 “평양까지 갑시다”라고 말한다.운전기사와 실랑이 끝에경찰서로 가 자수하지만 경찰관은 주정뱅이로 취급해 면박만 주고 풀어준다.

희극의 이면에 담긴 비애가 절절하다.택시를 타고 평양을 가자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그날이 기다려진다.신형원의 노랫말처럼 경적을 울리며 서울에서평양까지 신명나게 달려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김명서 논설위원.
2000-06-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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