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다시 생각해보는 ‘통일’

[오늘의 눈] 다시 생각해보는 ‘통일’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2000-06-13 00:00
수정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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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따라 평양까지는 못가더라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설렘과 흥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다.

연회장인 크리스탈볼룸 등 600여평에 개소한 프레스센터의 규모는 얼핏 봐도 장관이다.현재 프레스센터에 등록한 국내외 취재진은 287개 매체 1,131명.단일행사로는 88년 서울올림픽 이래 최대규모다.외신의 경우 미국 CNN과 일본 NHK 등 173개 매체 503명이 한국 땅을 찾았다.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리는데 기자들은 오히려 서울에 북적거리는 것은 ‘한반도적 특수상황’이 빚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북한은 정상회담 외부 취재진을 남한 언론기자 50명으로 제한하고,외신기자들은 입국을 불허했다.

때문에 정상회담 취재차 방한한 외신기자들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순간부터 뭔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법하다.또 프레스센터에 도착,수많은 기자들을 보는 순간 ‘한 나라의 정치적 이벤트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가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들뜬 분위기 탓인 듯,내외신을 막론하고 대부분 기자들은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표정이다.장르와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직전의 감정이랄까.

아무튼 CNN 등 유명 언론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방송사까지 프레스센터에 중계부스를 설치하고 부산을 떠는 모습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정상회담이,그리고 통일이 우리 민족만의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좋든 싫든 남북정상간의 만남은 이미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으며,우리는 이미 그 뉴스의 한가운데 서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우리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너그럽게봐줄 수도 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쿠키’를 먹으면서 별로 진지하지 않게 지켜볼지 모른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우리가 좀더 성의있게 몸가짐과 언행을 가다듬고,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우리는 어쩌면 서울올림픽때보다 더 혹독한 시험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김 상 연 정치팀기자]carlos@
2000-06-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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