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6·25 반세기와 주한미군

[대한포럼] 6·25 반세기와 주한미군

장청수 기자 기자
입력 2000-06-07 00:00
수정 200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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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사에 일찍이 없던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50년이 됐다.돌이켜 보면 22만㎢의 좁은 강토에서 벌어진 3년1개월 동안의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도 깊은 상처와 손실을 안겨 주었다.민족자존에 치욕만 남긴 싸움이었다.장구한 민족의 정통성이 무너지고 남북간 심각한 불신을 야기시켜 통일에 결정적 장애의 벽을 만들어 놓았다.이 모든 전쟁의 상흔들은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6·25 반세기를 맞으며 우리가 깊게 되새겨야 할 교훈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두번 다시 동족간의 상잔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만약 앞으로 한반도에서 또다시 6·25와 같은 전쟁을 치른다면 민족 전체의 파멸을 초래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들이 앞으로 전쟁에 동원된다면 그 결과는 민족구성원 50%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국토의 90%가 파괴되는 그야말로회복불능의 상처를 남겨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만은 없어야 한다.따라서 당면한 최우선의 민족적과제는 6·25 동족상잔의 상처를 하루속히 치유하고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여남북이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분단 55년 만에 열리는 6·12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그리고 6·25반세기를 맞아 그동안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왔던 주한미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노근리 사건,매향리 미 공군기 오폭(誤爆)사건,미군 술집 여종업원 살해사건,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개정협상 등 일련의 미군 관련 사건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반미(反美)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주장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노근리 사건도 그러하지만 매향리 사건의 경우 주민들이 미군의 오폭으로인해 입은 억울한 피해나 미군기지 소음공해에 따른 피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미군 주둔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각종 사고나 불합리한 일들에 대한 처리는 SOFA 개정 등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수있는 문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거나 지나친 감정 표출로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특히 미군은 6·25 전쟁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유엔군의 일원으로한국전에 참전해 5만여명의 생명을 잃으면서 우리의 국권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미군은 한·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 안보체제의 중대한 한 축으로서 휴전이후 지난 47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할 경우 대체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에 대한 한국군 방위비 부담이 30조원 이상 늘어나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한미군 철수에 따라 군 복무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력안보를 위한 국민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동서냉전체제 해체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군이 유럽 군사력의 균형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주한미군도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균형자'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한반도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남북이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든가 통일이 되면 어차피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미군의 한국 주둔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때문에 무조건적인 반미감정은 자제돼야 마땅하다.주한미군과 관련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대국적 견지에서 국가이익을 생각하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 배경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1960년대 체결된 SOFA는 현재 한국 상황과부합되지 못하는 조항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한국은 이제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미국은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자는 한국정부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다.미국은현실안주의 타성과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자세를 버리고 우리의 SOFA 개정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청수 논설위원csj@
2000-06-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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