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선거와 기자윤리

[외언내언] 선거와 기자윤리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0-05-31 00:00
수정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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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공안1부 박만(朴滿) 부장검사는 지난 총선 때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에게 46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종로구)당선자와 KBS,mbc,SBS,YTN 카메라기자 4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29일 밝혔다.언론 종사자들이 선거운동 기간 중 정치인의 향응과 관련,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언론계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3총선을 치르면서 각 언론사는 자체 보도준칙을 마련하는 등 총선보도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메라기자들이 후보자의 향응과 관련해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연루(連累)된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언론계는 물의를 빚은 기자들이 법정에 서기 보다는 각 언론사 내부에서 자체 징계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를 바랐던 게사실이다.검찰도 언론 종사자들의 기소여부와 관련,“선거 때라고 정치인과기자들이 술도 한잔 못하는 건 아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었다.그러던검찰이 기소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최근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고위 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분위기 말이다. 언론인도 사회 지도층인 이상 국민의 감시와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정 당선자의 구체적인 향응제공 사실과 함께 대가성도 있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한다.정 당선자는 15대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에게 패배한 원인이 이른바 ‘카메라발’을 못받은 때문이라고 말해왔으며 지난번 총선 때 주요 방송사의 고참 카메라기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은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카메라기자들은 “의례적인 술자리였다”며 대가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언론계로서는 이번 사건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자유를 들먹이며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부질 없는 일이다.다섯 사람이 하룻밤에 400만원어치 넘게 술을 마신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에 한참 어긋난다.기자협회나 다른 언론단체가나서서 선거 또는 정치인 관련 취재에 있어 지금까지의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기자윤리를 새롭게 다잡자는 뜻이다.



장윤환 논설고문
2000-05-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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