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강준만교수 계간 ‘인물과 사상’서 심층 분석

전북대 강준만교수 계간 ‘인물과 사상’서 심층 분석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5-01 00:00
수정 200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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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성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모 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두고 말들이 많다.김 수석은 지난 4·13총선과 관련,“영남과 호남의 단결을 같은맥락에서 보고,양쪽에서 싹쓸이를 한다고 양비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면서 “소수의 단결은 정의지만,다수의 단결은 불의”라고 했다.곧이어 여당 대변인은 비난성명과 함께 김 수석의 교체를 촉구했다.각 신문들도 일제히포문을 열었다.지역감정의 망령이 다시 도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거침없는 글쓰기와 실명비판으로 ‘성역과 금기에 도전’해온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최근 계간지 ‘인물과 사상’ 14호에서 지역감정 문제를 정면으로다뤘다. 우선 이번 호를 아우르는 머리말의 제목 ‘지역감정 예찬론’이 인상적이다.한마디로 패러디다.그는 “이번 총선결과를 두고 ‘국민의 절묘한선택’이라며 언론과 지식인은 민의를 잘 헤아리라고 정치권,특히 김대중정권에 호통을 쳐대기 시작했다”며 “그렇다면 ‘지역감정 망국론’이 아니라‘지역감정 예찬론’이 아닌가”라고 묻고 있다.나아가 그는 이제 ‘지역감정 망국론’을 과감히 쓰레기통에 내던질 때가 됐다고 단언한다.그간의 ‘지역감정 망국론’은 존재하지도 않는 허깨비와의 싸움,즉 허공에 대고 주먹을휘두른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강 교수의 ‘지역감정 예찬론’이 지역감정을 예찬하자는 건 아니다.

그나름대로는 타파책이다.지역감정을 생산해내는 적(敵)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헛발질을 멈추고 급소를 가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그는 지역감정을 생산·조장하는 5적으로 ▲국민의 일상적 정실주의 ▲수구기득권 세력의 분할지배주의 ▲언론의 상업주의 ▲개혁세력의 보신주의 ▲호남차별을 외면하는 근본주의를 들고 있다.학술적 접근보다는 현상적 접근방식인 셈이다.

5적의 첫번째가 ‘정실주의’, 즉 연고주의라는 지적은 낯선 게 아니다.애향심과 지역감정을 구분하는 잣대는 바로 ‘정실주의’의 유무라는 것.한국인의 일상적 삶은 모든 것이 ‘줄’에 의해 돌아가고 이를 따라가는데 정권교체 이후 영남인들이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의 ‘줄’의 단절,파괴 때문이라고 한다.강교수는 “한국의 정실주의 문화에서 지역감정은 ‘감정’의문제인 동시에 경제적 이해득실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분할지배’는 기존 지역감정의 지속,내지 강화를 도모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5적에 올랐다.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일부 신문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역감정 해결’을 주문했는데 이는 역대정권들이 저질러온 기존 ‘호남차별’정책의 고수를 요구한 것이라고 강 교수는 해석한다.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이 현정권의 인사정책을 두고 ‘호남 독식론’을 주장하다가 반론에 부딪히면 슬그머니 ‘알맹이 독식론’,‘껍데기 안배론’을내놓은 것이 그 예라고 말한다.특히 언론은 한쪽에선 ‘지역감정은 망국병’이라고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선 ‘지역감정은 현실’이라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왔다고 지적한다.한마디로 언론은 영남 대 호남의 비율이 65대 29인 현실에서 65에 영합하는 ‘시장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의 ‘호남차별을 외면하는 근본주의’도 5적 반열에올랐다.‘호남은 변혁의 기수로서의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지역주의 투표를먼저 그만둬야 한다’는 식의 ‘호남차별’심리에 있어서는 진보·보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강 교수는 분석했다.

강 교수는 이같이 장황한 설명끝에 의외의 간결한 결론을 맺는다.그는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냄새가 풀풀나는 제안”이라고 전제한 뒤 “‘반DJ정서’를 극복하고 영남인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김 대통령이 스스로 ‘김대중 죽이기’를 해야한다”고 고언했다.이제 ‘희망’의 공은 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정운현기자 jwh59@
2000-05-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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