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영수회담/ 향후 정국 어떻게

與·野 영수회담/ 향후 정국 어떻게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4-25 00:00
수정 2000-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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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24일 영수회담에서 국민대통합과 여·야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의 정치 실천에 합의했다.16대 국회개원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모양새를 갖췄다는 평가다.특히공동발표문에서 새 정치의 명분으로 ‘21세기 세계사적 전환기에 능동적이고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를 제시,그 방향을 분명히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11개 항의 합의를 통해 국정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공동발표에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공동 노력 ▲남북정상회담 개최 환영 ▲의회중심의 정치▲정치개혁, 개혁입법 처리 ▲집단이기주의적 불법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처▲산불과 구제역 등 민생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이 포함돼 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이 “회담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데서도 이번 회담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한마디로 여야 어느 일방의 독주를 용인하지 않고 총선민의에 따라 협력하고 타협하는 ‘순리(順理)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다짐이다.

나아가 ‘정례화’보다 실용적이고 탄력적으로 영수회담을 수시로 개최키로합의함으로써 여야관계를 정상 복원의 궤도에 올려놓았다.‘신뢰를 갖고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하지않고’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고 엄정하게처리한다’고 합의한 것도 이 연장으로 이해된다.

남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범국민적 초당적 지지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공동 노력키로 했다.‘큰 정치’에 대한 지평을 넓힌 대목으로 평가된다.대한민국의 정체성 유지및 상호주의 원칙 준수,또 국민부담의 대북지원의 경우 국회동의를 발표문에 명시했다.영수회담과관련한 여야의 요구를 총체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날 회담을 통해 여야 협력정치를 위한 큰정치의 틀이 마련된 셈이다.국회에 설치될 ‘미래전략위원회’와 공약실천을 위한 ‘여야정책협의체’,그리고 ‘정치개혁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되면 협력에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정안정 속에 김 대통령의 후반기 개혁의지가 탄력을 받을 것임을 의미한다.한나라당 이총재에게는 야당총재로서 수권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볼때 이날 회담이 ‘여야간 냉전구도’를 해소하는 단초가 될 수 있지만 순탄한 정치복원의 길로 이어질지는 여진히 미지수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당장 16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이해대립 등의 난제가 복병으로 자리잡고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핵심 5개분야 합의내용과 전망.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에서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여야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쟁점사항과 후속 조치들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對北경협 국회동의.

24일 영수회담 공동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북 경협사업의 국회동의부분이다. 남북정상회담 등에 있어 야당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대신 여당은 국민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약속을 해준 셈이다.

헌법 제60조에 따르면 국민에게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남북관계는 국내 문제도 아니고,그렇다고 국가간 문제도 아니어서 지금까지 그 위치가 모호했던 게 사실이다.

당초 영수회담 실무협상에서 한나라당은 대북 경협사업의 국회동의 도입을줄기차게 주장했다.4인 실무회동이 영수회담 당일인 24일 오전까지 진통을겪는 과정에서도 여야는 국회동의 조항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여권은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범국민적·초당적 지지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시대적 명분에 따라 한나라당 주장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16대 국회에서는 나라살림이 소요되는 대북 경협사업의 국회 동의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활발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그동안 대북 경협사업과 관련,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던 밀실협의 논란이 희석되는 반면 사업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제고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박찬구기자 ckpark@.

■정책협의체·미래전략위 구성.

국회에 미래전략위원회(가칭)와 여야 정책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청산하고,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16대 국회 의석분포가 낳은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여야가 협조하지않고서는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115석인 민주당은 자민련(17석)과 친여 무소속(4석)의 도움을 받아도 과반수에 1석이 부족하다. 한나라당 역시 133석이지만 민국당(2명)과 한국신당(1명)을 끌어들여도 1석이모자란다.

따라서 미래전략위원회와 정책협의체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임시구성체인 셈이다.그렇기는 하지만 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싹틔우는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래전략위원회를 설치,국가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키로 한 것은 국회와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협의체 구성은 팽팽한 여야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생산적인 국회가 되는 데 촉매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여야의 16대 총선공약 가운데 공통분모를 찾아 우선적으로 실천키로 한데서도 이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여야는 많은 총선 공약을내놓았고 그중에서 비슷한 내용도상당수다.

강동형기자 yunbin@.

■정치개혁·민생안정. 영수회담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다시 구성하기로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여야 모두 공감한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역의원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서 선거운동을해야하는 원외위원장들과 무소속 후보자를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보인다.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전과 등의 기록과 관련해서도 선거법 보완의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개혁입법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다짐한 부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인권법,통신비밀보호법,부패방지관련법 등은 지금까지여야간 이해 대립으로 처리가 미뤄져 왔다.이회창(李會昌)총재가 “우리당은개혁입법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이들 법안들의 처리가 빨라질 전망이다.

민생안정을 위해서도 여야 모두 초당적인 입장을 밝혔다.선거로 인해 등한시 했던 민생에 대한 자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여야 영수는 ‘중소기업의 육성,농어민과 봉급생활자의 권익향상,효율적인 실업대책 등을 통해민생을 안정시킨다’는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여야 영수가 민생·개혁입법의 조속 처리를 합의한 만큼 곧 후속조치가 기대된다.

박준석기자 pjs@.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

야당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명쾌한 답변을 했다.이번 회담에서 야당이 얻은 가장 큰 수확중의 하나로 보인다.

총선후 한나라당은 검찰의 ‘선거사범사정’에 이은 여권의 ‘야당의원 빼가기’를 가장 경계해왔다.일단 야당의 가장 큰 불안감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계개편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또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도 신중을 기해 진행될 전망이다.오랜만에 복원된 여야 화해무드를 깨지 말아야된다는데 여야의 생각이 일치한다.

정국과 관련한 야당의 불안감을 해소해줌으로써 여당은 야당으로부터 더 많은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야당으로서도 더이상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 변수는 많다.민주당과 자민련의 재공조,자민련의 교섭단체 달성 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지수다.이들 문제의 향배에 따라 또다시 정계개편 논란이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16대 원구성 협상 등이 난항을 겪으면 여권으로서는 정계개편 추진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또 부정선거에대한 야당의 공세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한나라당이 부정선거와 관련,조사특위까지 구성한 마당에 낙선자들과 당내 강경파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액션’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준석기자.

■영수회담 수시 개최.

여야관계의 정상화는 영수회담을 앞두고 여야가 가장 비중있게 다룬 대목이다.여기에는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겸허히 수용,정치권도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바탕에 깔고있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도록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고,여야 영수회담을 필요한 경우 수시로 개최한다고 합의한 데서도 두 총재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98년 8월 이총재의 취임 이후 두 차례 가졌던 김대통령과의 단독회동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발표문 또는 합의문에 들어 있었으나 당시는 ‘선언적’ 의미가 컸다.때문인지 합의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정국이 오히려 꼬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측 모두 ‘정치복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선거에서 제1당의 위치를 유지한 한나라당은 영수회담의 합의내용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이총재가 펴온 ‘상생(相生)의 정치’도 국민앞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실질적으로 달라진 여야 관계의 ‘잣대’는 다음 영수회담에서 재 볼 수 있을 것 같다.이를 가시화시키려면 두 총재가 다시 만나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다음 영수회담은 이르면 이를수록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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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기자 poongynn@
2000-04-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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