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민주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

[대한광장] 민주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

장행훈 기자 기자
입력 2000-04-03 00:00
수정 2000-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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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신문의 달이다.총선시민연대에서 다시 언론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있다.낙천·낙선운동이 국민 절대다수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는데도 보수언론들이 마치 어떤 ‘음모’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신문에 대한 비판은 세계적인 현상이다.그러나 우리 신문에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그 정도가 유난히 깊은 것 같다.왜 그런가? 무엇보다많은 시민이 신문의 정직성을 의심하는 데 있다.신문이 자신의 잘못된 보도를 시인하지 않거나 정정하지 않는 것이 불신을 심화시켰다.

르몽드의 옴부즈맨은 2월13일자 신문에서 1999년 중에 르몽드가 326개의 정정보도를 했고 77개의 보완 보도와 75개의 반론을 실었다고 밝혔다.빠른 정보보다 정확한 정보를 강조하는 르몽드가 이처럼 많은 과오를 범했다고 자인했다.그런데 한국신문은 자기들의 과오를 시인하는데 아주 인색하다.‘민족지’들이 역사학자들이 지적하는 일제시대의 행적에는 언급을 피한채 자기들에게 유리한 기록만 내세워 자가선전을 일삼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라고 볼수있다.

최근 나온 ‘한국언론 바로 보기 1백년’(송건호 외 공저)의 추천의 글에서원로 사학자 지명관 교수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시대의 신문을 왜공개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그 공개를 요구했다.모든 것이 투명해진가운데 언론의 공과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신문도투명해져야 독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신문사 사주에게 있다.오늘날 한국에 언론자유가 있다는 데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언론자유의 남용이 오히려 문제다.언론자유가 언론인이나 시민의 자유가 아니고 신문사 사주의 자유로 남아 있는 데서모든 문제가 파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주는 사업가다.그에게 제일중요한 것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영리 목적을 위해서는 신문의 사명이나 본분은 뒤로 밀려난다.물론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기사나 논설도 영리 목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사주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한국신문에서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화돼 가고 있다.발행인이 여론을 ‘생산’한다.그래서 정치인들이 신문을 무서워한다.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신문이 정치를 ‘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신문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다.권력에 대한 반(反)권력이 신문이었다.그래서 신문을 제4권력이라고 하는 것이다.그런데 이제 신문이 권력이 돼 버렸다.그것도 제1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그런데 이 권력을견제할 반권력이 없다.이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협이다.심각한 위협이다.이대로 방관할 수 없다.원래는 신문사 내에서 시정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과거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실패했다.사주에게서 월급받는 피고용인들의 행동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이를 시정하는 개혁을 추진했어야 했다.그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그러나 부패하고 약점이 많은 정치인들이 어찌 감히 신문 발행인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잘못된 판단이지만 국민의 정부도 언론침해의 오해를 살까 두려워서 언론개혁을 주저해왔다.

그러면 민주주의의 장래가 걸려 있는 이 과업을 누가 맡을 것인가? 그것은시민단체와 용기있는 언론인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민주 선진국에서도마찬가지이다.언론자유는 원래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여론을 형성해서 주권자의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 쟁취한 권리인 것이지 신문발행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시민들이 언론매체의 남용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가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잘 하고 있는 유럽 나라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인류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조절하는 문제를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어렵고,가장 위험하고,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우리는 이제야 민주주의를 위해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해결에 착수한 것같다.

張 幸 勳 한양대 겸임교수
2000-04-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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