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뮌헨이 남긴 것

[오늘의 눈] 뮌헨이 남긴 것

안미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3-17 00:00
수정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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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와 전자센터? 선뜻 연상이 안되는 조합이다.

제일생명을 인수하고 하나은행 지분까지 부분인수해 한국에서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독일 알리안츠그룹을 현지 취재하던 길에,뮌헨에 있는 알리안츠테크놀로지 센터(AZT)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에어백을 처음 개발해낸 바로 그 곳이다.

모두 110명의 전문가들이 크게는 핵발전소 사고부터 작게는 자동차부품 고장까지 각종 사고원인과 방지대책을 연구조사하고 있었다.96년의 경우 한햇동안 2,700만마르크를 투입해 8,000만마르크의 보험료 절감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인풋보다 아웃풋이 무려 3배나 높은 것이다.

예컨대,과거 독일에서는 차량의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회로 하나가 잘못되면 보닛 속 전체 전자회로를 갈아야 했다.AZT는 끈질기게 연구조사를 벌인끝에 부품 하나만 갈아끼워도 된다는 사실을 규명,결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항복’을 받아냈다.이로써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 넘게 들던 수선비용은단돈 6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수선비용 절감의 1차적 혜택은 보험회사에 돌아가지만궁극적 수혜자는 고객임은 말할 것도 없다.이런 연구소가 민간기업 단독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적잖이 놀라웠다.알리안츠는 AZT 운영에 매년 1,800억원의예산을 쏟아붓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소비자불만 으뜸사례중 하나가 차량 사이드미러 수선 건이다.유리만 깨졌는데도 사이드미러 전체를 갈아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항변이다.그러나 자동차회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과거 독일의 자동차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를 위해 국내 보험회사들이 자기 돈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것은상상도 못할 일이다.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은 98년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으로 단 200억원을 썼을 뿐이다.그것도 손쉬운 계몽캠페인 위주이지,근본적인 사고 감축이나 원인규명에는 소홀하다.

오는 4월부터는 보험료가 전면자유화된다.차 자체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부담하는 선진 ‘등급제도’(Rating System)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움직임이보이고 있다.보험회사든 제조업체든 보험료 절감 노력에 좀 더 눈돌려야 할때다.

안미현 경제과학팀 기자 hyun@
2000-03-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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