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를린 선언과 통일문제

[기고] 베를린 선언과 통일문제

손장래 기자 기자
입력 2000-03-13 00:00
수정 2000-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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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9일 발표한 ‘베를린 선언’에 북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시되고 있다.남한뿐 아니라 한반도의 냉전구도 해체를 원하는 거의 모든나라들이 북의 긍정적인 수용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북한이 당면한 최우선과제는 안전보장과 파탄된 경제회복이며 나아가 민족의 지상과제인 평화통일이다.이 모든 것이 남측의 협조없이는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북의 국가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에 있어 한국정부와의 관계증진이 필수 전제조건이다.북의 경제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북·일수교와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한국의 적극적 참여와 대일 촉구없이는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전 한국정부가 주장한 당사국인 한국정부를 앞지르거나 제외한 양국 관계의 진전을 반대해온 소위 ‘병행과 조화의 원칙’의 부정적 기능이 이를 잘보여주고 있다.물론 지금까지 북의 주장과 원칙으로 보아 이번 선언이 미흡한 점이 없지않다.선언은 ‘경제규모면에서 한국보다 훨씬 크고 부유한 서독이 엄청난 통일비용으로 아직도 어려움이 있는데,그에 비해 한국경제는 북한을 떠안을 능력이 없다….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둔채 통일을 서두른다는 것은 무리이며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정책은 당장 통일을 추구하기 보다는 한반도에 상존하고 있는 상호위협을 해소하고 남북한이 화해·협력하며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것으로,통일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했다.

한편 북은 그동안 ‘남북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근본원인이 분단에 있고,분단상태가 종식되지 않는한 전쟁의 위협은 상존하며,국력의 낭비를 막고국제사회에서 떳떳이 역할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최 급선무’라고 주장해왔다.그리고 두개의 상이한 체제공존의 성공적인 예로 중국과 홍콩을 들었다.알려진 바와 같이,중국 본토와 홍콩 사이에는 이전과 다름없는 격리 경계구조가 그대로 있고 그 출입은 사증에 의하여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통일비용문제는 쌍방의 가능한 능력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며,자존심 강한 북이 통일 제안에 있어 낙후한 경제나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남측이 부담해야 한다든지,단시일내로 남측과 동등한 생활수준으로 해줄 것을 요구한다든지 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김대통령은 95년 국가연합,연방,완전통일의 ‘3단계 통일론’을 발표하였다.그동안 예기치 않던 북의 가뭄,홍수,남의 IMF 사태 등이 있었다.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통일을 이루었다.신라의 통일이 그렇고,왕건의 고려통일이 그랬다.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탁월한 지도자가 통일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구체화하고 단결된 국민들을 분기시켜 민족의 역사적 소명을 달성할 것을 국민은믿고 기대한다.

지금은 국제화시대다.숙명적으로 가까운 이웃으로 싫든좋든 영원히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일본과 대등하게 교류한다는 것은 현재의 분단상태로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기대하기 어렵다.편협한 국수 배타적인 민족주의가아니라 인구팽창,식량,자원부족 등의 준렬한 환경아래 타국에 의존하지 않고,떳떳이 살기 위해 통일은 기필코 달성되어야 한다.

김정일 총비서가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했고 백남순 외무상의 중국방문이 18일로 예정돼있으며,가까운 시일내에 김 총비서의 중국방문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북미고위급회담을 위한 준비회담이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으며,북일수교회담이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북한은 이탈리아와 수교했고,유럽연합,호주,필리핀,캐나다 등 서방국가와 외교 다변화,러시아와 관계회복 등 외교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는 무수한 외침에 저항한 끈질긴 투쟁의 역사이다.우리 조상들은 소의 꼬리로 안주하기 보다 작더라도 닭의 머리로 남기를 결심했다.정치는 타협이다.다소 미흡하더라도 대승적인 입장에서 북이 베를린선언을 수용하기 바란다.한반도 운명 개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타국이 아닌 우리 민족자체이기 때문이다.

손장래 前말레이시아 대사
2000-03-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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