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서 12일… 빨치산식 은신/ 탈주범 정필호 행적

야산서 12일… 빨치산식 은신/ 탈주범 정필호 행적

김재천 기자 기자
입력 2000-03-08 00:00
수정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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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3명 가운데잡히지 않은 정필호(鄭弼鎬)의 탈주극이 12일 만에 막을 내렸다.정은 다음날인 25일 애인 전모씨(40)에게 두 차례 전화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야산에 숨어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철저하게 은둔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탈주 다음날 지난달 25일 오전 7시30분.정은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평화시장에서 공범 노수관(魯洙官)이 경찰에 쫓기는 틈을 타 상가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도피 행각을 이어갔다.

정은 일단 시장을 벗어나야겠다고 판단,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동해 유진상가에서 모자가 달린 감색 겨울 외투와 로프를 샀다.산에 숨기 위해서였다.

홍은동에서 애인 전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한 정은 택시를 타고 신촌에 들렀다.탈주에 성공하면 신촌에서 노수관,장현범(張鉉範)과 만나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었다.노가 경찰에 붙잡힌 것을 눈치챈 정은 택시를 타고 주변 야산으로 향했다.산 입구 가게에서 라면 15개와 빵을 샀다.

◆산속 생활 정은 산에서 빨치산처럼 은둔생활을했다.낮에는 산 정상 부근에서 지냈고,밤에는 산기슭으로 내려와 쌀포대와 낙엽을 이불 삼아 잠을 잤다.식사는 생라면과 계곡물로 해결했다.

경찰을 의식해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경찰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

◆검거 당일 산속 생활에 정은 지치기 시작했다.애인 전씨의 목소리를 듣고싶었던 정은 12일 만에 산을 내려와 은평구 불광3동 연신내 전철역까지 걸어서 갔다.

농협 연신내지점 앞 공중전화에서 전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으니 불광사 옆 해장국집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은 발신지 추적을 한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정은 세수와 면도를하지 못해 초췌한 모습이었다.

김재천 이창구기자 patrick@.

*탈주범 정필호 일문일답.

탈주범 정필호는 “미리 만들어놓은 흉기를 교도소 대기실 창틀에 숨겨놓았다가 검색대를 통과한 뒤 몰래 숨겨 법원으로 가져갔다”고 털어놨다.다음은 일문일답.

◆흉기는 무엇으로 만들었나.

교도소 쇠창살에 연결된 철각자를 뜯어내 만들었다.

◆검색대는 어떻게 통과했나.

법원에 가기 며칠 전 휴지에 물을 묻혀 흉기에 감아 교도소 대기실 창틀에붙여놓았다가 검색대를 통과한 뒤 몰래 숨겨 법원으로 들여왔다.

◆대기실에서 교도관의 눈을 어떻게 피했나.

재소자 100여명이 동시에 법원으로 이동하는 혼란스러운 틈을 탔다.

◆탈주 동기는.

지난해 11월쯤 교도소에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노수관과 장현범을 만났다.

이들이 “칼 네 자루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한패라고 진술하겠다”고 협박해만들어줬다.법원에서 각각 두 자루씩 건넸지만 한 자루를 주면서 함께 탈주하자고 협박했다.

◆숨어 지낸 산은 어느 산인지는 모르겠다.

◆경찰의 검문은 받았나.

산에서만 생활해서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산에서 무엇을 먹고 지냈나.

생라면과 빵,계곡물을 마시며 연명했다.
2000-03-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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