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으로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부득이 떠나야만 한다.어디로가야할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절망이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건강한 선객은부처님처럼 위대해 보이나 병든 선객은 대처승보다 더 추해진다’(선방일기) 요즘 스님들 사이에 회자되는 책 가운데 도서출판 여시아문이 펴낸 ‘선방일기’가 있다.지허라는 명문대 출신 비구승이 쓴 동안거 수행체험담이다.동안거를 위해 상원사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동안거를 끝낸 뒤 새 거처로 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일기다.
그러나 ‘선방일기’는 비범한데가 있다.우선 ‘동안거의 선방’이란 배경이 희소성의 흥미를 느끼게 한다.여기에 고행하는 스님들과 그들의 심리상태,논쟁,세속적인 고민들이 범상치 않게 풀어지면서 설득력을 더한다.
책의 가장 큰 고마움(?)은 흔히 통제의 지역으로 각인된 선방 들여다보기다.“어느 선방이거나 큰방 조실이 있음과 동시에 뒷방 조실이 있다.큰방 조실은 법력으로 결정되지만 뒷방 조실은 병기(病氣)와 구변(口辯)이 결정짓는다”(선방의 풍속).“주야로 일주일동안 수면을 거부한 채 정진한다.큰 대자로 누우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비몽사몽간에 뒷방에서 잠자는 스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눈이 번쩍 뜨인다”(용맹정진) 고행의 힘겨움과 갈등을 그린 대목도 적지않다.“노년에 이르도록 견성하지못한 선객은 만신창이가 된 위장을 어루만지면서 젊은 선객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뒷방 신세를 지다가 마침내는 골방으로 쫓겨가서 유야무야 사라져 간다”,“용맹정진에서 탈락했던 스님들은 뒷방을 차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뒷방에 죽치고 않았던 스님 세분이 바랑을 지고 떠나갔다.지면이 있는 어느독살이절로 갈 수밖에.선방을 영영 하직하는 스님들이다”(마음의 병이 깊이든 스님). 그런가하면 속세의 끈을 놓지 못하고 번민하는 심경도 엿보인다.
“신년 정초다.어둠이 깃드니 고독감이 뼈에 사무치도록 절절하다.이럴 때마다 유일한 방법은 화두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그래서 선객은 모름지기 고독해야 한다”(선객의 고독) ‘선방일기’의 저자는 지금 행방이 묘연하다.그러나 그가 남긴 일기는 뒤늦게 회자되기에 충분한 것을 담고 있다.“비정속에서 비정을 씹으면서도 끝내 비정을 낳지 않으려는 몸부림,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바로 선객들의 생태다”(선방의 생태)김성호기자
그러나 ‘선방일기’는 비범한데가 있다.우선 ‘동안거의 선방’이란 배경이 희소성의 흥미를 느끼게 한다.여기에 고행하는 스님들과 그들의 심리상태,논쟁,세속적인 고민들이 범상치 않게 풀어지면서 설득력을 더한다.
책의 가장 큰 고마움(?)은 흔히 통제의 지역으로 각인된 선방 들여다보기다.“어느 선방이거나 큰방 조실이 있음과 동시에 뒷방 조실이 있다.큰방 조실은 법력으로 결정되지만 뒷방 조실은 병기(病氣)와 구변(口辯)이 결정짓는다”(선방의 풍속).“주야로 일주일동안 수면을 거부한 채 정진한다.큰 대자로 누우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비몽사몽간에 뒷방에서 잠자는 스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눈이 번쩍 뜨인다”(용맹정진) 고행의 힘겨움과 갈등을 그린 대목도 적지않다.“노년에 이르도록 견성하지못한 선객은 만신창이가 된 위장을 어루만지면서 젊은 선객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뒷방 신세를 지다가 마침내는 골방으로 쫓겨가서 유야무야 사라져 간다”,“용맹정진에서 탈락했던 스님들은 뒷방을 차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뒷방에 죽치고 않았던 스님 세분이 바랑을 지고 떠나갔다.지면이 있는 어느독살이절로 갈 수밖에.선방을 영영 하직하는 스님들이다”(마음의 병이 깊이든 스님). 그런가하면 속세의 끈을 놓지 못하고 번민하는 심경도 엿보인다.
“신년 정초다.어둠이 깃드니 고독감이 뼈에 사무치도록 절절하다.이럴 때마다 유일한 방법은 화두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그래서 선객은 모름지기 고독해야 한다”(선객의 고독) ‘선방일기’의 저자는 지금 행방이 묘연하다.그러나 그가 남긴 일기는 뒤늦게 회자되기에 충분한 것을 담고 있다.“비정속에서 비정을 씹으면서도 끝내 비정을 낳지 않으려는 몸부림,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바로 선객들의 생태다”(선방의 생태)김성호기자
2000-03-04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