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김대통령 취임 두돌에 부치는 글

[대한시론] 김대통령 취임 두돌에 부치는 글

한상범 기자 기자
입력 2000-02-28 00:00
수정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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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은 헌정 50년 만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었다.그러나 암울한 시대가 끝난다는 감격도 한순간에 그치고,김 당선자는 취임도 하기 전에 파국에 부닥친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김대중 대통령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그의 경제파국 수습의 국정수행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군사정권 이래 고질병이 되어 온 정경유착이 불러온 파국을 그 파국의 원인행위를 제공하는 데 책임을 지는 개인이나 당파가 수습할 수 있었겠는가? 솔직하게 사태를 봐야 한다.

다음에 김대중 정부는 민족의 통일이란 숙원을 정치도구로 이용해온 것을지양하고 대북정책에 일단 전기를 마련했다.통일과 안보를 빙자해서 못된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시대 절대절명의 민족의 과제가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은 말길(언로)을 트기 시작하고 국민이 눈치를 보는 비열한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것이 아니라,원색적 비방까지도 마구 해대는 부작용도 있다.그런데도 역대독재자와 달리 용케 참아내는 김대통령을 본다.일부에선 오히려 그런 자세가 약하고 자신이 없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나 걱정도 한다.

여기서 나는 김대중 정부의 취약점을 내 나름으로 살펴 제언한다.김대통령이 취임 이래 경제파국을 수습하느라고 개혁을 미룬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시대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방해에 대해 본다.대선에서 패한 구시대의 집권세력의 일부는 야당이 될 마음의 준비를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그러다가 대선에서 엉뚱하게 당했다는 감정의 응어리가 맺혀있는 듯하다.그래서 야당으로서 정도를 일탈해 룰이 없는 훼방꾼 정치를하고 있다.대통령 취임식날에 총리인준을 국회에서 부결시키는 것으로 출발해 사사건건 물어뜯기다.결국 야당 스스로 국회에서 정치갈등을 조정 해소할 여지를 거세해 버렸다고 할까? 우리는 세계화-지구 단위의 시장구조의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독점재벌의 정경유착의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그런데 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재벌이 거대한 괴물같은세력으로서 개혁을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고 있다.경제위기에서 재벌을 죽이면 재벌이 차지한 경제와 고용인도 피해를 본다는 볼모를 잡고 버티면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한다.그들의 돈이 국민과 국가의 돈이란 점을 까맣게 잊었다는 듯이 독재시절의 단꿈을 되살리려고 한다는 인상을 준다.여기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너무나 신중하고 관대한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유화적이어서 오히려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정권이 야당으로 바뀌면 제일 먼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됐던 독재시대의 구관료나 기득권층,독재정치의 해택을 본 부류들이 그대로 그 지위와 권익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김대통령은 정치보복을 안한다는 입장에서 부패 기득권층에게 관대하게 대해 오고 있는지 모른다.그렇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먼저 범법과 비리로 이득을 본자들이 심판을 받지 않는 역사가 그대로 존속한다면 누가 법과 정의를 위해자기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투쟁하겠는가?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해방후 친일파를 그대로 놔두어 나라꼴을 우습게 만든 일을 상기하라.다음에 그렇게심판을 모면한 부패 기득권세력이 김대중 정부의 관용에 감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까? 오히려 현정부의 나약함을 비웃으며 그들의 시대가 다시 오기를위해 날뛰는 것을 본다.이러한 판국이 되면 서민들은 “김대중 정부와 구정권이 무엇이 다른가? 지금도 정부는 부패세력의 편이고,구정권때부터 ‘정권에 줄서기’를 잘해 빌붙어 먹은 자들의 세상이 아닌가”하고 자조하고 절망하게 된다.필자는 그런 말을 한두번 들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김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겠다.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형편과 과제를 보다 솔직 대담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충심으로 협조를 구하라.

구시대의 부패구조와 연고 파벌주의에 대해선 다른 묘책은 없다고 본다.대통령의 충정과 성의를 보이며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우리 정서로 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주 중요하다.인간적으로 가혹한 말이 될는지 모르지만 대통령은 개인적 미련을 털고 앞장서서 뛰어야 한다고 권한다.김대통령은 이미 자기 한 몸을 겨레를 위해 던진 분이지만,이 시점에서 각오를 선명하게 행동으로 보이며 국민이 따라오라고 해야 한다.



한상범 동국대 교수 법학
2000-02-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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