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아름다운 사람

[굄돌] 아름다운 사람

김미경 기자 기자
입력 1999-12-23 00:00
수정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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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어두웠던 시절,사람이 아름답다고 김민기는 노래했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새 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아름다운 그 이는 사람이어라”(김민기 글·곡)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로 급히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멀리 사는 친구가 보고싶고 누군가를 만나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싶다.누구를 오래기다리는 사람은 아름답다.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는 사람도,집안을 깨끗이 윤 내는 사람도 아름답다.아는 이를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아름답다.

감옥에 있는 아들을 위해 면회 가는 어머니의 발걸음도 아름답다.눈물 흘리는 사람도 아름답다.

문익환 목사는 몸바쳐 통일 운동하면서 두 동강이 난 한반도 땅과 그 위에사는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고마운 사랑아,샘솟아 올라라.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새들아,노래를 노래를 불러라.난흘러 흘러 적시네.메마른 강산을.사랑은 고마워.사랑은 뜨거워.쓰리고 아파라.피멍든 사랑아.살갗이 찢기워,뼈마디 부수어져 이 땅을 물들인 물들인 사랑아” 고인이 된 그 분의 넋이 목터지게 부르는 노래소리이다.이천년여의 세월동안 작고,가난한 동네에 태어난 한 아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한 가지일 것이다.누군가를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사람 역시 행복하고 아름답다.우리시대의 시인 김용택은 다음과 같이 기다린다.

“당신,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곱게 지켜/곱게 바치는 땅의 숨결/그 설레이는 가슴/보드라운 떨림으로/쓰러지며 껴안을/내 몸 처음 열어/골고루 적셔 채워줄 당신/혁명의 아침 같이/산굽이 돌아오며/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 같이/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세상 깨우는/먼 동 트는 새벽빛/그 서늘한 물빛,고운 물살로/유유히,/ 당신,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12월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름답다.



김미경 서양화가
1999-12-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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