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이 주는 교훈

[사설] 특검이 주는 교훈

입력 1999-12-21 00:00
수정 1999-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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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와 ‘파업유도’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가 2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함으로써 헌정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특검제의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성과가 있었으며 뜻 깊은 교훈을 남겼다.두 사건 모두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거쳐 대체적인 윤곽이드러난 사건이지만 정치적·권력형 비리라는 점에서 특검이 도입돼 미진했던 사실을 규명해 낸 것은 뜻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이해 당사들의 반발이 큰 것도 사실이다.시민들은 권력형 비리의 비도덕성이 기대 만큼 부각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노동계는 공안기관의조직적 음모가 드러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이,사용자측은 경영권이 부정당한 데 대한 불만감이,검찰은 수사권이 훼손된 데 대한 당혹감이 크다.그러나 특검의 목적은 진실 규명 자체이며 어느 이해 당사자들의 예단에 어긋난다고 매도되어서는 안될 일이다.최종 평가는 법원이 내리는 것이 법치국가의질서이다.

‘옷로비' 특검은 관련자들의 위증과 사직동팀 보고서 축소·은폐 조작 사실을 새롭게 밝혀 내 검찰사상 처음으로 전 검찰총장이 구속되고 결국 검찰이 사건을 재수사중이다.‘파업유도’의 경우 ‘강희복(姜熙福)조폐공사 사장 주연’이라고 검찰 수사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도 주목되는 일이다.

실체적 진실 규명 외에 특검의 활동으로 밝혀진 부수적 성과도 간과할 수없다.사건 관련자들의 위증과 사정 최고 책임자들의 축소·은폐 혐의가 새로 드러난 점이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특검의 활동으로 드러난 새로운 혐의점들은 이제 검찰이 맡아 수사해 위법사실이 밝혀지면 사법처리 하는 수순을 밟으면된다.

이번 특검은 제한적·한시적으로 운영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집중된 사건수사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었다.그럼에도 특검 출범과 더불어제기된 수사범위와 기한의 제한,팀 구성 급조와 내부 반목,수사진행 사항 발표 금지 등은 개선해야할 점이다.특히 특검제 적용의 성격이나 제도화 문제는 정치권의 숙제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해야 하겠다.우리는 국민 여망에 따라 선임된 두 특검이 충분치 않은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보며 그 노고를 치하한다.이제 특검 수사결과를 신뢰하고 재판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도(正道)이다.우리는 새 천년을 눈 앞에 두고 한심스런 사건에매달려 한해를 소모적 논쟁으로 보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진실은 규명하고 옥석은 가리되 사회 전체가 루머와 폭로에 휘둘리는 일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

1999-12-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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