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정부不信 해소 시급하다

[대한시론] 정부不信 해소 시급하다

김신복 기자 기자
입력 1999-12-16 00:00
수정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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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년도 이제 보름여를 남겨두고 있다.항상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쓰지만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자연재해나 사고는 예년에 비해서 많지 않았지만 정부가 취한 조치나 태도가 올해만큼 국민들의 논란과 비판을 유발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나 생각된다.

연초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의욕적으로 개혁에 착수하였다.국제통화기금(IMF)위기는 그런대로 잘 극복돼가는 상태고 실업문제도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 개선되고 있다.반도체를 비롯,전자제품의 수출은 엔고(高)와 대만의 지진 등 외부요인도 기여했지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융위기도 몇 차례의대란설(大亂說)을 잠재우면서 잘 넘어갔다.

지난 2년 동안 각국의 경제상황에 관한 지표들을 비교 분석한 자료들이 최근 보도된 바 있지만,경제성장률이나 외환보유고 등에 있어 우리 경제는 재작년에는 최악의 상태였으나 올해에는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여기에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회생노력이 밑거름이 됐지만 정부시책도 큰 잘못 없이 잘뒷받침해왔다고 평가할 만하다.특히 금융부문과 재벌에 대한 개혁은 속도면에서 미진한 느낌도 있지만 일관성있게 추진해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금년만큼 비생산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지속해온 해도 드물 것이다.일년 내내 여야간에는 상호비방과 정쟁(政爭)이 그치지를 않았고 그러한 와중에서 방송법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해줘야 할 민생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미뤄져왔다.선진국들이 대망의 21세기와 새 천년에 국가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관해서 머리를 짜내고 있는 동안 우리의 국회와 정부지도층은 옷로비 사건이나 파업유도 의혹같은 소모성 쟁점에 매달려 미래의 설계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년 한해 동안 정부는 경제회복에 반비례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왔다.

연초에 중앙부처 조직개편을 비롯한 일련의 정부개혁 조치를 발표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하였으나 정치권과 관련 집단의 저항 때문에 후퇴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빈발하였다.그런가 하면 교원 정년단축이나BK21 사업처럼 너무 졸속적으로 결정하여 교육계의 반발을 사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개혁의기본철학과 의지가 흔들리거나 거꾸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결정하는 것 모두가 정부의 정책 수행능력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다는 사실이다.정부 당국자들이 초기에 잘못과 실상을 근기에 있는 그대로 솔직히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해소되었을 의혹을 감추고 왜곡시키는 바람에 불신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옷로비사건’이다.어찌보면 사소한 사건을 수사기관과 검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짜 맞추는 식으로 변조하다보니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을 정도로 의혹이 확대돼 버린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대처능력과 정치력에 대한 불신이다.IMF 경제위기나 북한의 서해안도발 등 안보사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대처해오면서도정작 국민의 정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의 집행에 있어서 편파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또 정치,사회적인 문제가생겼을 때 정부가 종합적으로 파악한 다음에 정확하게 판단해 일사불란하게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눈앞의 불끄는 데만 급급하고 있어 상황을점점 악화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이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기울여야 한다.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투명하고 일관성있게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국민의 정부라는 명칭에 걸맞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정부가 몇 가지 의혹사건에 발목을 잡히어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에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청사진을 수립하는 데 온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국력을 결집할 때이다.

[金信福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1999-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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