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사법개혁과 ‘시지프스의 신화’

[오늘의 눈] 사법개혁과 ‘시지프스의 신화’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9-11-26 00:00
수정 199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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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힘에 겨운 그 무엇을 추구하다 좌절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철학자 니이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라는 저서에서 초인(超人)의 입을 빌려 역설한 경구다.

인간의 삶을 끝없는 실패에도 불구,다시 도전하는 숙명을 지닌 ‘시지프스의 신화’에 비유한 말이다.결과보다는 순수한 동기와 목표를 추구하는 성실한 삶의 의지를 강조한 메시지다.

모레면 올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돼 고시준비생들의 명암이 엇갈리게된다. 그러나 ‘웃는 자’보다는 좌절의 쓰라림을 겪는 ‘시지프스들’이 훨씬 많게 마련이다.사시 합격의 길은 여전히 바늘구멍인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사시준비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서울 신림동 등전국의 고시촌엔 ‘고시병’을 앓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현실이다.

IMF체제하의 경제위기나 취업난 때문만일까.아니다.얼마간 사회진출이 늦어지더라도 사시라는 관문만 통과하면 더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그러나 ‘사시열풍’은 여러모로 국민에너지의 낭비가 아닐 수없다.그런맥락에서 한 법대교수는 “법조인력은 수재보단 건전한 상식을 갖춘 사람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미국의 경우 법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누구나 변호사로 개업,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하고, 이들 중 덕망·경륜을 갖춘 인물이 판사로 임용된다.

우리의 사법개혁도 더없이 시급한 과제다.그러나 24일 국회법사의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행태가 벌어졌다. 여야 불문하고 율사가 다수인 소위가 사법개혁 관련 조항을 대부분 백지화한 것이다.당초 안에 포함된 법조비리 내부고발자 보호조항이 석연치않은 이유로 삭제됐다.사건수임장부 작성·보관 의무규정도 슬그머니 빠졌다.

물론 어느 나라든 이익집단이 똘똘 뭉치는 경향은 있다.미국에서도 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의회에 로비를 벌이는 마당임에랴.

하지만 법사위 여야 율사들의 ‘의기투합’은 아무래도 금도를 넘어선 것같다.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니이체가 환생한다면 아마 혀를 찰 것 같다.우리 율사출신 선량들의 제몫지키기에 그악스러운 모습과 이땅의 사법개혁이 시지프스의 신화와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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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행정뉴스팀 차장 kby7@]
1999-11-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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