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냉전종식의 ‘평양행 열차’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냉전종식의 ‘평양행 열차’

임동원 기자 기자
입력 1999-11-23 00:00
수정 1999-11-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90년 10월 나는 평양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평양에서 열리는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분단 45년만에 처음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대표단이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것이었기에 우리가 느끼는 기대와 책임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아마 우리 국민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특히 당시의 국제적 상황은 우리의 이같은 기대를 더욱 고무시키고 있었다.

89년 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2월에는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 몰타에서 만나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그리고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경제난 등사회주의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서고있었다.이 탈냉전의 흐름이 한반도에도 밀려오고 있었고,우리는 굳게 닫혀있던 북한의 문을 열고 남북 화해와 협력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지금 평양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대표들 몇 분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는 내 마음 한 구석에 설렘이 일고 있었다.월남한지 40년만에 다시 보는 북녘 땅이었다.그리고 나는 지금그 길을 거슬러 고향으로 다시 가고 있는 것이다.창 밖을 내다 보았다.산 꼭대기까지 다락밭으로 개간해서 산들이 모두 민둥산이 돼있는 모습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나는 속으로 ‘무척 어려운가 보구나,이러다가 비가 많이 오면 큰 물난리가 날텐데….이제 북한도 개방과 변화 외에는 다른 길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이 성공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 이후에 나는 세번 더 평양을 다녀왔다.그리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들이 만들어지고 공동위원회가 구성됐다.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93년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는 지난 몇년동안 그 자리에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금강산 관광의 길이 열려지난 1년동안 14만명의 우리 국민이 금강산을 다녀왔다.또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8,000여명의 국민들이 북한을 방문하였다.실로 놀라운 변화다.그런가 하면 한반도 냉전종식을위한 한·미·일 세 나라의 포괄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20세기 마지막 냉전종식의 열차를 탔다.또 다시 90년의 평양행열차처럼 미완으로 끝난다면 우리 민족의 21세기는 밝을 수 없다.이번에는반드시 우리 민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남과 북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평화와 번영의 새 천년을 열어나가야 한다.차창 밖으로 본 헐벗은 북녘땅이 푸른 숲으로 꽉 찰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林東源 통일부장관
1999-11-23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