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자전적 단편 ‘소리나는 쪽으로 ‘

이문구 자전적 단편 ‘소리나는 쪽으로 ‘

입력 1999-11-17 00:00
수정 1999-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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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관한 한 소설가 이문구는 문단의 ‘대표선수’에해당한다.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를 만들어 간사를 맡았다.84년 창간한 ‘실천문학’은 자실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그는 89년까지 이 계간지를 이끌었다.

그가 그 시기 자신의 모습을 회고한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다’는 글을썼다. 그의 대표 중단편을 모은 ‘관촌수필’(나남출판)의 서문을 대신한 것이다.분량은 거의 단편소설에 가깝다.‘작가수업에서 민주화 시대까지’라는부제를 단 이 글은 나아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내용도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지적처럼 ‘의도적인 풍자와 해학을 삽입하고인물의 행동을 상식 이하의 어리석은 짓으로 묘사하여 인물을 골계화함으로서 미적 거리를 유지하는’ 이문구 문학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1987년 6월10일,위궤양을 앓고 있던 그는 공복의 통증이 견딜 수 없어,최루탄이 턱밑에서 터지는 데도 지하도의 간이음식점으로내려가 김밥을 샀다. 결국 ‘수만 군중속에서스티로폼 도시락을 들고 김밥을 먹고 돌아다니는 놈은,실천문학사 발행인 하나 뿐’이었다는 것이다.

한번은 한 작가의 장남이 월간지에 취직하여 ‘통일염원 40년’이라는 원고를 청탁했다.“바쁜신 줄 알지만…”이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바빠서가 아니구,여태 통일을 염원해본 적이 한번두 없어서 그려는겨.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거지,통일을 염원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여”라며 “필자를 바꾸면 되잖여”라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그는 1988년 신문의 사회면에서 자신의 이름이 이른바 운동권의 명망가들과나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고, 남의 이름에 곁다리가 되지않도록 돌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자신의 이름이 왜 문화면에 오르내리지 못하고,사회면 귀퉁이에 구색용으로 들어있는지 가슴이 메이더라는 얘기다.

그는 이처럼 “매사에 뒷걸음치기에나 부지런하던 겁쟁이가,징그러운 박씨유신시대에 감히 문인들과 꾸민 투쟁단체에서 별스럽지않은 일거리나마 맡아할 수 있었던 것은,문단의 선후배들의 애정과 그들의 불같은 정의감 덕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생리적 이유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누구라도 청각장애자가 아니라면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게 마련인데,하물며 들리는 소리의 태반이 비명,신음,한숨이었던 어둠의 시대에는 자신도 남들처럼소리나는 쪽을 먼저 돌아보는 생리구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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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기자
1999-11-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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