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눈치보는 입시요강

[현장] 눈치보는 입시요강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1999-11-13 00:00
수정 199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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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신입생 선발방식을 바꾸는 게 과연옳은 일입니까.”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으니 기다려 주십시오.”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본부.이 대학 음악대와 미술대를 지망할 고교 3학년 남학생 어머니 5명이 격앙된 어조로 대학측에 항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아침 ‘서울대가 학장회의를 열어 음·미대의 남녀 구분 선발방식을 없앨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서울대를 찾았다.

서울대는 그러나 “다른 현안이 많아 충분히 토의하지 못했다”며 최종 결정 시점을 오는 18일로 미뤘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지난 78년부터 22년 동안 시행해 온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수능시험을 불과 20일쯤 앞둔 시기였다.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姜基遠)가 지난달 하순 “서울대 등 9개 대학의 예·체능계에서 남녀 비율을 정해 신입생을 뽑는 것은 남녀차별금지 및 규제에 관한법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직후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달 25일부터 서울대 앞에서는 이해관계가 상반된학부모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올 입시에서 이 대학 예능계에 도전할 남학생 학부모 50여명은 남녀 구분선발 방식의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반면 이 대학 예능계에 재학중인 여학생 학부모 50여명은 “21세기에 성차별이 웬 말이냐”고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음 주에 수능시험이 치러지는데 빨리 결정해야 하지않느냐”고 따지자 “입시요강은 11월말쯤 발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남의 일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한 입시 전문가는 “선진국에서는 최소한 1년 전에 선발 기준을 공개한다”면서 “서울대는 빨리 결론을 내려 수험생 및 학부모의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등 다른 대학들은 수능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올 입시에서 남녀 구분제를 유지하고 폐지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가 어떤 쪽으로 결론을 내릴지,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은 뒷전으로 하고 결정의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는것이혹시 국립대로서 정부의 눈를 보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사회팀 전영우ywchun@
1999-11-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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