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출처’ 안 밝히는 면책특권

[오늘의 눈] ‘출처’ 안 밝히는 면책특권

유민 기자 기자
입력 1999-10-27 00:00
수정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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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의 ‘현정권 언론장악기도’문건이 폭로된 뒤 파장이확산되고 있다.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했고,여권은 문서가 조작됐다면서 책임을 따지겠다고 강경하다.열릴 듯하던 여야 총재회담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않는다.정의원의 폭로가 ‘직무상의 일’이었다면 진위여부를 떠나 형사상 소추대상이 안될 수 있다.

그러나 정의원이 면책특권에만 기대기에는 이번 ‘폭로’의 파문이 너무 크다.‘정부의 언론장악기도’라는 폭로 내용이 그렇고,그를 가지고 현 정부의 핵심적 도덕성을 질타한 탓에 문건의 존재 여부 및 진위를 분명히 따질 필요성이 있다.정의원이 끝까지 문건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의혹만 증폭될 뿐이다.

폭로 내용의 비중으로 볼 때 국민들은 그 출처를 알 권리가 있다고 본다.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그만큼 진실성과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점도 정의원은 알아야할 것이다.

문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정의원이 주장하듯 대통령 보고문건으로 여기기 힘든 구석이 많다는 여권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불과 몇개월 전까지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정원’을 ‘안기부’로 표현하고 있고,7곳 이상 맞춤법을 틀리면서까지 보고서를 썼겠느냐는 것도 그렇다.

이렇듯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가는데도 정의원이 문건의 출처를 계속 함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면책특권을 이용,미확인 문건으로 상대방을 궁지에 모는 것으로 소정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의원은 옷로비 청문회에서도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라스포사 홍보물’을 들이대며 증인을 신문하려다 증인으로부터 도리어 ‘반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표현대로 이번 문건이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문건’이라면 정의원은 출처를 떳떳이 공개,자신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물론 국민적 의혹도 풀었으면 한다.본회의 발언이므로 법적으로 면책이 된다 해서그것에 안주해서는 책임있는 선량이라고 할 수 없다.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 ‘도덕적 책임’도 있는 것이다.

유민 정치팀 차장rm0609@
1999-10-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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