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앗,나의 실수

[굄돌] 앗,나의 실수

강맑실 기자 기자
입력 1999-10-18 00:00
수정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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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숙모가 아니라 고모가 맞는 거 아니야?” 제책소에서 막 배달된 신간을 훑어보던 한 직원의 말이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아니,또?’.aunt가 문맥상 ‘고모’여야 하는데 ‘숙모’로 번역된 채 제책돼 나온 것이다.이 경우는 다행히 숙모가 책의 앞과 뒷부분에만 나오는 바람에 책 전체를 없애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실수가 어디 그뿐이랴.“사장님,‘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그림동화책 제목)가 페이지 순서가 뒤바뀐 채 서점에 배포되었습니다.그 중의 상당수는 이미 독자 손에 들어갔고요.” ‘아니,또?’.10쇄가 넘게 아무 문제없이 만들어왔던 책이 갑자기 접지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 것이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정마다 있을 수 있는 실수를 20년 가까이 경험해온나로서는 한 권의 책이 표지를 입고 나올 때까지 가슴을 졸이지 않을 수 없다.막 나온 신간을 훑어볼 때면 스릴과 서스펜스로 가득 찬 영화를 보듯 가슴이 두근거린다.

실수는 출판사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출판은 대부분의 제작을 외주로 처리하기 때문에출력·인쇄·제책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 등 경우수를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제작처의 수많은 사람들이 책의 특징을 출판사와 함께 인식하고 바짝 긴장해 정성을 쏟을 때 비로소 흠없는 한 권의 책이탄생할 수 있다.마치 한 송이 꽃이 보이지 않는 뿌리 위에서 활짝 피어나듯.

따라서 어떤 사람이 책을 잘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미리 알고 얼마나 잘 예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또한 설령 실수를 범했다하더라도 그 실수를 수정 가능한 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독자 손에 들어갈 때까지 몰랐던 게 뒤늦게 발견된 뒤의 참담함이란.

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일 하면서 제일 괴로울 때가 언제냐고”.



이렇게 대답한 기억이 난다.“사람들의 실수로 독자들의 손길을 느껴보지도못한 채 ‘사산(死産)’된 책을 바라볼 때,그리고 실수를 안은 채 독자의 손에 들어가 구박받는 책을 보았을 때라고”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1999-10-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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