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李錫采)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97년 1월 한 신문사 기자에게“한보부도 사태로 채권은행단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게 됐지만 과거처럼한국은행 특별융자 등 특별지원조치를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정부가 금융기관이 경영부실로 도산해도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는 한보가 부도난 지 채 1주일이 지난지 않은 때였다.그렇지않아도 한보부도 이후 위기설과 대란설이 끊이지 않은 데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리는 게 쉽지 않던 때였다. 이발언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다.출처는 청와대 고위당국자로 돼 있지만 이 전 수석이라는 것을 모르는 금융계 인사는 없었다.이른바 ‘이석채 쇼크’였다.
그로부터 2년8개월이 흐른 지난 달 28일.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미국에서 국내 물가걱정을 하면서 내년에는 통화긴축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이튿날 국내 자금시장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어렵게 9%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두 자리 수로 뛰어올랐다.당국이 무리한 조치라는 말까지 들으며 조성한 채권시장 안정기금 1조원을 그냥 ‘날린’ 꼴이 돼버렸다.
이 전 수석이나 전 총재나 물론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시기에 따라 파급효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말 한마디가 국가경제를 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1조원짜리 실언’이 되기도 한다.고위 정책당국자들의 보다 사려깊은 언행이 필요한 싯점이다.
곽태헌기자 tiger@
당시는 한보가 부도난 지 채 1주일이 지난지 않은 때였다.그렇지않아도 한보부도 이후 위기설과 대란설이 끊이지 않은 데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리는 게 쉽지 않던 때였다. 이발언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다.출처는 청와대 고위당국자로 돼 있지만 이 전 수석이라는 것을 모르는 금융계 인사는 없었다.이른바 ‘이석채 쇼크’였다.
그로부터 2년8개월이 흐른 지난 달 28일.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미국에서 국내 물가걱정을 하면서 내년에는 통화긴축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이튿날 국내 자금시장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어렵게 9%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두 자리 수로 뛰어올랐다.당국이 무리한 조치라는 말까지 들으며 조성한 채권시장 안정기금 1조원을 그냥 ‘날린’ 꼴이 돼버렸다.
이 전 수석이나 전 총재나 물론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시기에 따라 파급효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말 한마디가 국가경제를 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1조원짜리 실언’이 되기도 한다.고위 정책당국자들의 보다 사려깊은 언행이 필요한 싯점이다.
곽태헌기자 tiger@
1999-10-01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